"책 읽는 비법, 동기부여에 있다"

국내 최초 독서인증 사이트 '리딩웰' 만든 박성현씨

등록 2004.08.30 01:03수정 2004.08.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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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웰 홈페이지 ⓒ 리딩웰

얼마전 한 방송국에서 책을 읽자는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소개된 책만 베스트셀러가 될 뿐, 전체적인 독서량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았다.

왜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책을 읽히기 위한 비법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고민에 대해 '해답이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독서인증 사이트 리딩웰(www.readingwell.co.kr)의 박성현 대표가 그 주인공.


"우리 나라의 독서 관련 정보는 넘칩니다. 엄마들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을 물어보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5분만에 찾을 수 있습니다. 맞는 책을 추천하는 전화 서비스도 실시됩니다. 도서관장들을 만나보면 학교 도서관에도 책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료가 넘치는데, 80%가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동기부여가 이뤄져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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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홍

올해 5월 국내 최초로 초등학생 대상 독서인증 사이트를 만든 그는 '흥미유발'을 통해 어린이들의 독서습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딩웰은 문제를 통해 독서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사이트다.

70% 이상 정답을 맞추면 그 책을 읽었다는 인증서를 발부한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1005권의 도서에서 뽑아낸 2만여 개의 문제가 학년별 수준에 맞게 출제된다.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독서교육학과 출신들이 중심이 돼 문제를 만들었다

저학년(1~3학년)은 10개 문항, 고학년(4~6학년)은 20개 문항으로 진단이 실시된다. 각 문제의 경우 저학년은 13개 문항중 10개 문항, 고학년은 25개 문항중 20개 문항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 검출되도록 만들어졌다. 학년별 문항은 사실확인 50%, 추론 30%, 어휘 10%, 이야기주제 10%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를 맞춘 어린이에게 보상 이벤트가 실시되는데 7월 말까지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레고와 뮤지컬 공연티켓이 지급됐다. 지금은 별도의 선물이벤트가 준비 중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냐고 묻자, 미국 독서관련단체와 피자헛이 맺은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예로 든다. 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책에 관한 질문을 하고 답을 맞추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피자헛 쿠폰을 준다. 학생들이 쿠폰을 갖고 피자헛 매장에 가면 피자헛 한 판을 먹게 된다는 것.

별도의 동기부여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인다. 경험에 비쳐보면 엄마가 애들에게 초코파이를 주면서 책을 읽히는 것은 효과가 없지만, 교사가 애들에게 사탕 하나 준다고 하면, 큰 효과가 있다는 것. 남이 줄 때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동기부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단순한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 물었더니, 한 독서지도사의 예를 들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60명을 가르치는 한 독서지도사가 정작 자기 아이에게는 독서습관을 들이지 못했는데, 리딩웰 사이트를 통해 습관을 들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우리 독서 캠페인이 '무조건 책을 많이 읽자' 위주였다고 비판한다. 책을 많이 읽어도 대충대충 읽고 지나간 경우, 단순히 겉핥기에 불과한 책 읽기가 된다는 것. 학부모들이 구입하는 책이 대부분 '위인전'이나 '백과사전류'이기 때문에, 집에 책이 쌓여 넘치지만, 정작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자'에서 '책을 제대로 읽자'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적극적 읽기', '분석적 읽기', '깊이 읽기'라는 새로운 독서방법이 미국(www.nochildleftbehind.gov)과 유럽 등의 공교육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말한다.

'독서는 등산과 똑같다'며 제대로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주라도 산에 가지 않으면 불편해하는 것처럼, 한 번 책에 맛을 들인 아이도 이같은 버릇을 갖게 된다는 것.

"도서관장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금 초등학교에서 책은 넘친다고 합니다. 이제 책을 구입하는데 힘을 쏟기보다, 어떻게 책을 읽게 만들지 방법을 고민해야 될 시점입니다."

박 대표는 책 읽기가 모든 공부의 시작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국어가 안되면 수학, 영어 모두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즘 학부모들이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영어교육'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면서 넌지시 조언을 한다.

"아는 분 중에 외대 불어과 교수가 있어요. 프랑스 사전을 달달 외운 이분이 프랑스 유학을 갔습니다. 첫날 회화시간에 담당교수가 '프랑스혁명, 중국혁명, 러시아혁명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라'고 했답니다. 프랑스사전을 완벽하게 외운 분이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잘 하려면 먼저 국어를 잘해야지요."

리딩웰을 만들게 된 이유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서 인증 사이트가 취미가 아닌 사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박성현 대표는 삶에 대한 꼬리표가 '리딩웰'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그는 거손, LG애드, 올포스트(All Post)에서 광고기획자(AE, Account Executive)로 근무하는 잘 나가는(?) 광고인이었다. 코끼리가 침대를 밟고 지나가던 대진침대, 모토롤라 광고가 그의 작품.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고위직에 오르는 것이 전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단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김두수씨가 직장을 그만 두고, 참여연대 기획실장으로 가는 것을 보고 "왜 갈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월급도 많이 안 주는 시민단체에 고급 인력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찾아낸 결론이 바로 '독서지도'. 이러한 결론을 내기까지 부인이 영향이 컸다고 그는 말한다. 10년 이상 독서지도사로 일하는 부인이 아이들에게 표지만 보여주고,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뒤, 다시 첫 장을 보여주고, 다음 내용을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는 독서지도 방식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고.

박씨는 아이들에게 지도하는 독서지도 방식이 광고회사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훌륭한 모델이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결국, 어릴 때 책을 올바로 읽는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 게다가, 자신도 책을 좋아하는 터라, 평생 사업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박씨는 귀띔한다.

그는 이 사업을 하면서 자식들에게 큰소리칠 수 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 얻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죽는 것보다, 독서운동 하다가 죽으면 더 자랑스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겨울 눈오는 날 가평 연인산에 갔습니다. 눈이 무릎까지 오는데, 보름달이 떴습니다. 에어매트를 깔고, 침낭 속에 들어가 하늘을 보며 누웠습니다. 그때 대통령도 나보다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일은 잘 되면 좋은 것이고, 안 돼도 좋습니다. 왜냐구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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