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짐을 지고 가야 한다.박인오
사람이 어디를 가든지 꼭 따라 다니는 게 있다. 짐이다. 짐은 귀찮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루하루의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 우리 주변에는 많은 짐들이 있다. 평소에는 잘 모르고 살지만 이사 한 번 하려면 그 엄청난 짐이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온다.
단 며칠간의 여행을 위해서도 제법 큰 가방을 한두 개 채워가야 한다. 어쩌다 공항에 누굴 마중 나가기 위해 가보면 사람들마다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닌다.
10여년 전, 약 20여 일 유럽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 가게 되는 외국여행이라 마음이 설렜다. 큼직한 배낭을 하나 사서 많은 걸 채워 넣었다. 고추장, 된장, 소금, 고춧가루, 라면, 쌀, 취사도구, 담요, 옷, 성경책, 카메라 등등…. 이 무거운 짐 보따리를 매고 20여일을 다니는데 죽을 고생을 했다. 나중에는 관광이고 여행이고 다 집어치우고 빨리 집에 가고만 싶었다.
산에 가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한다. 등산을 곧 나의 취미이자 삶의 부분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 산에 갈 때엔 이것저것 마구 챙겨 넣었다. 온갖 잡동사니를 그렇게 쑤셔 넣고 산을 오르면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죽을 고생이다. 등산 그 자체가 버겁고 힘겹다. 산을 감상하고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등짝에 짊어진 짐을 힘겹게 나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요즘 시골에서는 지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시골에도 집집마다 차가 있고, 트랙터나 경운기가 있다. 강원도 정선에 살 때 지게를 몇 번 져보았다. 20kg짜리 비료를 몇 포대 지고 가다가 동네 사람들 보는 앞에서 뒤로 발랑 넘어졌다. 나는 창피해서 죽겠는데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