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앞의 야외전시조미영
이 사진들과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작년 유월의 첫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을 때 그 곳 야외 전시실에서 첫 대면을 했다. 자연사 박물관과 연결된 지하철 입구를 빠져 나온 초입에서부터 초대형 전시 패널 수십 개에 전시된 이 사진들은 이 곳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는 헬리콥터 위에서 세상 곳곳을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작품을 보는 동안은 내가 마치 세계일주라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끝없는 사막에 낙타를 타고 가다. 조그만 부락의 우물을 만나고 읍내로 들어가 천연 염색의 옷감을 실어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다. 그리고 다다른 복잡한 도시에는 빌딩과 자동차가 가득하고 복잡함이 싫어 빠져 나온 평야와 초원…. 이윽고 도착한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다!"
우와, 엄청난 여정에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 후 7월 중순경 폴란드 크라코우에서 또 이 사진들과 만났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 때다. 강변을 산책하고 어스름이 지기 시작할 무렵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공원 야외 울타리에 커다랗게 내걸린 사진들과 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마 전 런던에서 보았던 그 사진들이다. 여기서 또 만나다니 반갑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양복 차림의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나처럼 산책을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가벼운 차림에 편안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