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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제를 한 허선 순천향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99년 4인 가구 최저생계 90만1357원은 당시의 4인 가구 전 가구 가계 지출의 48.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물가만 반영해 조정한 2004년의 최저생계비는 38.1%에 불과, 일반 가구의 표준생계비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보장법에는 최저생계비를 추정하는데 있어 국민의 소득·지출수준,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는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하고 있다.
허 교수는 “최저생계비는 보건사회연구원의 가구균등화지수를 활용하여 산출한 것인데, 수급자 중 74.1%가 1, 2인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3, 4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 교수는 최저생계비가 지역별 물가 차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최저생계비는 지역별 물가 차이는 물론, 가구 유형별 차이가 계측조사와 적용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전국 단일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허 교수에 따르면 2003년 3월 기준으로 전국 기초보장수급율은 2.7%에 달하지만, 서울시의 수급율은 1.56%에 불과하며 서울시의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의 133.1%에 달한다. 허 교수는 “최저생계비를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적용함으로서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식비 문제보다 더 힘든 것은 사회적 소외와 고립
"철저하게 주어진 생계비에 맞추어 살려고 노력했는데, 고기·과일은 불가능해서 시장에 가서는 과일만 보게 됐다."
"집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며칠 지나서는 숨쉬기도 힘들었고, 뛰쳐나가고 싶었고, 그러한 생활로 인해 무기력도 경험했다. 습해서 잠도 못자고, 빨래도 할 수 없고, 밥도 하기 싫었다."
"아이들이 우울함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처럼 보였다."
이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체험기이다. 허 교수는 하월곡동 동장님이 이 체험을 ‘소꿉장난’에 비유했다며 “주거, 식비 체험은 했을지 몰라도 사회체험은 안 했다. 동장님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부조금을 낼 수 없어 결혼식에도 가보지 못하는 사회관계의 고립을 알기나 하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월곡동의 주거환경에 대해 허 교수는 “햇빛도 들지 않고, 환기가 안 되어 집안 전체에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화장실과 주방 등의 열악함은 건강 문제를 유발할 정도”라며 “빈곤층 중 적어도 독거노인에게는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이 부여되거나 최저주거기준에 부합하는 주거에서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 "올해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에서 생활의 질을 반영하고 주거비 현실화 하겠다"
올해 최저생계비 산정을 위해 계측 조사를 하고 있는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시대가 변하는 만큼 최저생계비 산적 품목도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 계측 조사에서는 생활의 질적 변화를 반영 하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이번 계측에서는 월세, 전세, 자가로 분리해 수급자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날 자리에 모인 토론자 모두는 최저생계비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데 반해, 박능후 경기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최저생계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최저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수준과 최저생계비의 급여수준을 동일하게 보고 100% 보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대변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선 교수는 "국회에서 최저생계비 관련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하는 방법이 옳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정부, 학계, 공익위원 각각 4인씩 12명과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려해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최저생계비를 최종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는 빈곤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며 "여기에는 시민단체 등 민간이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 의원은 "내년 공적 부조 관련 예산이 900억 원인데 이 예산으로는 140만 명의 수급대상자에게 1만원도 올려주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경화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우리 나라에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살고 있지만, 최저생계비의 수급대상자가는 아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며 “사각지대의 최소화를 위해 한나라당에서는 국민기초연금제 도입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 의원 “최저생계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 교수 “10년 이상 검토만 하지 말고, 안을 마련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