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8월 30일자 [사설] 반미 데모하며 미군 붙잡을 수 있나언론비평웹진 필화
"문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 고위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주한미군 감축시기에 반미감정이 작용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미군 감축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허언(虛言)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반미데모가 감축의 촉발제가 된 것이다." (중앙일보 8월 30일자 [사설] '반미 데모하며 미군 붙잡을 수 있나' 중에서)
문 위원장과 신문 사설 모두 주한미군 감축 시기 결정에 한국의 반미 시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미군 감축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너무나 앞선 나머지 황당한 논리를 들어 시위대를 꾸짖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은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미국의 장기적인 세계전략의 일환인 GPR의 하부 조치로서 행해진 것이며 명백히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행동이다.
사설의 논리대로라면 천여 명 가까이 미군이 사망했고 수천여 명의 미군이 다쳤으며 매일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미군이 철수했어도 백번도 더 했어야 말이 되지 않는가.
오히려 우리는 미군의 재배치계획이 가져올 새로운 동북아 지역 긴장 조성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문제 제기하는 모습이 한반도의 평화를 걱정하는 정상적인(?) 한국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게다가 다른 나라 일개 장관의 심기가 불편해질까 두려워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매우 사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반미 데모하며 미군 붙잡을 수 있나>는 미군을 붙잡기 위해 반미 시위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효순·미선 사건과 미국의 파병 압력에 대항해 거리로 나섰던 수많은 우리 국민들은 앞뒤도 재지 못한 채 감정에 이끌려 다닌 경솔한 정치적 미숙아라도 된다는 말인가.
언론이 나서고 미군이 말리는 황당한 상황
우리는 미국의 입장에 서서 우리나라 언론이 키운 사태를 오히려 미군이 나서서 진압하려는 황당한 모습까지도 보게 되었다. 문 위원장의 럼스펠드 발언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31일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군은 중요하고 복잡한 결정이 5초의 비디오 뉴스로 내려질 수 없다며 럼스펠드 장관의 감정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부인하였다. 하지만 조선과 동아는 이러한 사실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언론은 럼스펠드의 입을 빌려 한국의 반미 시위대를 꾸짖고 있는데 오히려 주한미군은 한국 국민의 반미 감정이 오히려 높아지는 역효과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부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국의 편에 서서 열성적인 대변인으로 나선 언론을 오히려 미군이 뜯어말리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상식상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논리도 신문 지면 위에 버젓이 올려놓고 다른 기사나 사설을 통해 지원·옹호해 주면 대중에게도 먹히는 훌륭한 논리로 포장·둔갑되는 경우가 다반사처럼 있었다. 럼스펠드 발언 기사도 미군 철수를 막아보려는 지나친 욕심에 평범한 조찬회 강연 내용 중 가십성 발언 일부를 끄집어내어 숭미 신문들이 벌인 해프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처절한 행동도 미국에게는 더 큰 이득을 위해 움직이려는 자신의 발목만 잡는 귀찮은 행동에 불과한 것이다. 민족적 자존심마저 팽개친 채 외국 군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이들의 처절한 행동을 진정 ‘우리나라’ 신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