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달라도 여성은 하나"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결성

이영훈 서울대 교수 발언에 항의 표시로 서울대 방문키로

등록 2004.09.05 18:03수정 2004.09.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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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인 각 당 여성의원들이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취지문을 낭독하고 있다.
5일 오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인 각 당 여성의원들이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취지문을 낭독하고 있다.권박효원

여야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5일 오후 1시께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모여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호주제 폐지 등 여성관련 현안에 대해 공동 행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날 여성 의원들은 "호주제는 가부장적 사고를 고착화하고 남녀차별을 조장하며 가족 구성원들의 화합과 복리를 저해한다"며 "17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호주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일제시대 위안부 문제를 미군 기지촌 매매춘과 연결시킨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서울대 총장을 방문해 사과를 요구하겠다"며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내놓았다.

의원들은 "중복된 자료요구나 질의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피감기관 행정 업무부담을 최소화해서 정치적인 공방의 장이 아닌 정책평가의 장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국정감사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열린정치 여성의원 네트워크(열린우리당)', '여성전진네트워크(한나라당)' 등 당별 여성의원 모임은 많았지만, 초당적 여성의원 모임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모임에 참석한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15대 때에는 워낙 여성의원이 적었고 16대 때 만들려다가 미뤄졌는데 한번 안 모이니까 잘 안 모이게 되더라"고 말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여성계에서도 주문해온 사항이고, 여성의원끼리 공조해야한다"며 "모여서 놀더라도 모이자"고 강조했고 다른 의원들도 "우선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는 각 당내 여성의원모임의 연대체 성격을 갖는다. 박근혜 대표와 전재희 의원이 한나라당 여성의원모임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회원 수는 이 2명의 의원을 제외한 37명이 되는 셈. 이미 교섭단체(20석 이상)를 만들고도 남을 규모이다.

특히 이날 모임에서는 이경숙 의원(전 한국여성운동연합 대표), 한명숙 의원(전 여성부 장관), 이계경 의원(전 여성신문사 사장), 손봉숙 의원(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등 여성계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의원들은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오랜만이다", "그 목걸이 멋있다"며 친근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알뜰하게 먹자"며 코스 요리가 아닌 짜장면, 울면, 잡탕밥 등의 메뉴를 주문하고 즉석에서 2만원씩의 회비를 걷는 등 화기애애한 '동창회'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임이 향후 당을 뛰어넘는 '자매애'를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표 패러디' 사건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여성의원들은 대통령 사과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입장을 보이며 서로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도 모임 성격을 개별 여성의원들의 네트워크로 할 것인지, 각당 여성의원모임간의 네트워크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1시간30분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모임 취지 좀 설명해 달라, 아직 모임 결성과 취지문이 합의되지 않았는데 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냐"며 불만을 나타냈고, 기자들에게도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고, 자주 모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한나라당내 호주제 폐지 여론에 대해 "대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호주제를 폐지하면 당분간 가족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공황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여성의원 중에서도 우려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고 지지자들의 민심과 다르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모임 결성 취지문이다.

17대 여성의원 네트워크 모임을 결성하며

17대 국회가 열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국민에게 다가가는 우리 39명의 여성의원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깨끗한 정치를 펼칠 소중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헌정 반세기가 지나도록 여성의원의 비율은 한자리수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간 여성계의 줄기찬 노력으로 17대 국회에 이르러 전체 의석 13%에 다다른 39명 여성의원은 그 의미있는 시작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17대 국회 들어 첫번째 정기국회를 맞이하며 우리는 여야를 넘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음 사항을 실천하고,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에 임할 것을 다짐합니다.

하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으로 내실있는 국정감사의 원년을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나라살림을 감시하는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7대 첫 국정감사가 정치적인 공방의 장이 아닌 정책 평가의 장이 되도록 여성의원이 앞장서겠습니다. 중복된 자료 요구나 질의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피감기관의 행정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정감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는 꼼꼼하고 성실한 질의로 행정부의 정책을 따져보고 민생을 챙기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우리 여성의원은 최우선 과제로 반세기 여성계의 숙원인 '호주제 폐지'에 앞장설 것을 다짐합니다.

그동안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호주와 다른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를 종적이고 권위적인 관계로 규율함으로써 가부장적 사고를 고착화하고 이에 따라 남녀차별을 조장하며 가족 구성원들의 화합과 복리를 저해하는 전근대적인 가족 관념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에 우리 여성의원들은 17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호주제를 폐지하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남녀평등 및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인 가족 문화를 형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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