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 최대 골프장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주장] 이벤트성 사업 구상보다는 개발유보지역 지정이 바람직

등록 2004.09.05 19:37수정 2004.09.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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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 지구에 540홀짜리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구상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전라북도는 '2006년 새만금방조제 완공과 함께 전북 부안 동진강 수역에 2000만평 크기의 관광단지를 조성하면서 이 중 800만평에 이 같은 골프장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 국토연구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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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협의단계에 있다는 이 계획은 전북도가 지난해 10월 전북발전연구원에 맡겨 지난달 11일 발표한 '군산국제해양관광지'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서의 내용인, 새만금 방조제가 지나는 신시도와 인근 선유·무녀·대장·장자도 일원 208만평에 섬 특성에 맞춰 해양스포츠센터·수족관·수변호텔·친수공원 등을 배치하고 이들 섬들을 신설 현수교와 연륙교 확장을 통해 순환관광버스를 운영하겠다는 방안과 중복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다.

전북도가 밝힌 540홀 골프장은 18홀짜리 정규 골프장 30개에 달하는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선전의 미션힐스골프장(180홀을 목표로 공사 중)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며, 관광레저단지는 미국 월트디즈니월드를 모델로 대단위 위락·해양체험시설 등을 갖춘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런 구상이 현실적으로 추진된다면 새만금사업이 농지확보 차원에서 중단할 수 없는 국책사업임을 강조하던 사람들의 입장이나 환경단체의 이의제기에 따라 작년 공사집행정지 결정과 취소를 반복했던 법원의 판결취지도 무색해지며, 개발의 대안으로 친환경개발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생각과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관광레저단지로 거론되는 전북 부안에 속한 동진수역 2000만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대기업 약 20개를 입주시킬 수 있는 반듯한 땅이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다를 메우고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골프장이나 테마파크 건설이라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초대형 골프장만 건설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여행경비가 줄여들고 일본 동남아 및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란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여행의 주된 목적이 골프가 되는 경우는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객들을 통틀어 보아도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장 또는 위락시설보다는 교통 숙박 등 여행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반시설이 건설되고 한국의 전통성을 살린 컨텐츠 개발과 적극적 홍보, 해양엑스포와 같은 국제대회의 유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외 관광객들의 유치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고 세계 초유의 골프장이나 해양테마파크를 관리하는데 국민들의 허리가 휘어지게 될 것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골프인구를 잡겠다는 생각도 무리이다. 엄청나게 비싼 골프장 이용료,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잔디, 잔디 관리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막대한 양의 농약 등은 우리가 골프대중화를 위해 해야할 일이 단순히 골프장의 확대에만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해준다. 대중골프장을 늘리고 우리 자연환경에 적합한 잔디품종을 개발하고 편중된 골프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본질이다.


아직 매립이 되지 않은 해역을 대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꿈같은 계획을 발표한 전북도의 속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새만금과 같은 목적과 방식으로 시작되었지만 담수호의 오염으로 논란 끝에 방조제를 개방한 시화호에는 요즈음 숭어떼와 수많은 새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전북도의 이번 발상이 '무주공산' 또는 '내 돈이 아니니까 우선 끌어들여 놓고 보자'하는 식의 지역이기주의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며, 제대로 된 계획이 없다면 과감히 미래의 소중한 쓰임새를 위한 유보지역으로 지정하여 현재의 자연환경을 유지하라는 권고를 하고자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새만금 사업의 해법은 생각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도 불요불급한 사업이 아니라면 규모를 대폭 축소하여 예산의 낭비와 환경의 파괴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만큼은 달라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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