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우리도 일요일은 당연히 쉬고 싶죠!”

현역병들의 일요일 휴식은 보장되어야 한다.

등록 2004.09.06 14:43수정 2004.09.0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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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영역뿐 아니라 공공영역에까지 주5일 근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노동의 가치 만큼 휴식의 가치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여전히 토요일 근무는 물론이고 일요일 중 많은 날을 일하면서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군복무중인 현역병들이다.

오는 9월 7일(화) 경북 칠곡 가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는 구국용사추모제(주관 :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추모제 준비를 위해 이 지역 관할 향토부대에서는 일요일(9월 5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역병들을 동원하여 천막설치 및 오찬장 쓰일 물건 운반에 여념이 없었다.

a 일요일인 5일,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있는 현역병들.

일요일인 5일,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있는 현역병들. ⓒ 문동섭

전적기념관 직원에 따르면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에서 주관하여 매년 열리는 이 추모제는 매번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치러진다고 한다.

물론 민간단체의 행사라도 사안에 따라 군부대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꼭 필요하다면 협조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물건 운반, 천막 설치 등과 같이 꼭 군부대의 협조를 받지 않더라도 해결 할 수 있는 일까지 현역병들을 동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도 일요일에 말이다.

이는 주최 측이 추모제에 필요한 인력 및 비품을 무상으로 확보하여 소요되는 경비를 절감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여겨진다.

이날 작업에 동원된 현역병에 따르면 필자가 목격한 이번 추모제 준비 건뿐만 아니라 각종 작업이나 행사동원으로 인해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자 또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으로서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풀 뽑기, 진지구축 그리고 군 간부의 이사 혹은 경조사와 같이 지극히 사적인 일에까지 반강제적으로 동원되어 일요일을 반납하고 하루 종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일요일은 쉬고 싶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도 일요일은 당연히 쉬고 싶죠!”라며 체념한 듯 대답하는 현역병의 모습은 군이 체질개선에 대한 부단한 노력으로 현역병들의 복지와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일요일 휴무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에는 여전히 진전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현역병들은 주중에는 교육훈련, 경계(일직)근무, 기본 임무수행 그리고 내무반 잔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주말의 휴식 없이 또 다시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은 현역병들의 임무수행에 어려움을 줄뿐만 아니라 나아가 군복무에 대한 의욕마저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군은 기본적인 근무(경계, 일직)와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현역병들의 일요일 휴식을 철저히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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