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12

폭동

등록 2004.09.06 17:14수정 2004.09.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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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네가 원하는 데로 해줄 터이니 이번에는 날 방해하지 말게나! 뭘 원하는가?”

백위길은 천천히 그러나 확연하게 말했다.


“난 내가 맡은 일을 할 뿐이오. 그것 밖에 없소이다.”
“이런......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옴 땡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을 한 바퀴 맴돌았다. 술기운 탓인지 진짜 답답해서 그런지 정녕 모를 행위였다.

“난 자네가 애초에 포교 따위는 될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알고 있네! 자네가 맡은 일이 그렇다며 자신을 옭아매지 말게나! 세상에 그런 바보스러운 일이 어디 있는가!”

다시 자리에 앉은 옴 땡추는 훈계하듯 말했고 백위길은 부르르 떨리는 음성으로 답했다.

“그럼 박선달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이는 모두 죽여 버리거나 해코지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오?”
“그건 사람들이 어리석기 때문이야! 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지. 이용할 자는 이용하고 버릴 자는 과감히 버려야 하는 법인데 자네에게는 어떻게 미적지근하게 되어 버렸군.”


옴 땡추가 손바닥을 ‘딱딱’ 마주치자 문이 벌컥 열리며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백위길의 팔을 틀어잡았다.

“무, 무슨 짓이오?”
“이제 곧 일이 시작될 터이니 자네는 조용히 있어줘야겠네. 그들과 함께 조용한 곳에 좀 가서 쉬고 있게나.”
“뜬금없이 무슨 소리오! 이거 놓으시오!”


백위길은 끌려 나가며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도와줄 이는 없었다. 옴 땡추는 웃으며 남은 술병을 다 비워내었다.

“이보시오! 싸전에 쌀이 없다니 무슨 소리오!”

다음날, 시전의 싸전에서는 사람들이 웅성이며 모여들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 글쎄, 나도 팔고는 싶지. 그런데 보다시피 쌀이 없으니 어쩌오?”
“쌀은 그렇다 쳐도 어찌하여 잡곡마저 없단 말이오?”
“나도 모르겠소.”

싸전 상인은 숫제 가게 문을 닫아 버렸고 사람들은 쌀을 구하려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다. 약간의 쌀이 남아있는 가게도 있었지만 부르는 것이 값이었기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거 큰일일세! 우리 집은 하필 오늘 쌀이 떨어졌는데 베 두 필을 줄 터이니 먹을 쌀 한말이라도 좀 파시게나!”

몇몇 성격 급한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고 옴 땡추와 경강상인 행수 배수도는 이런 소동을 멀리서 보며 웃음을 지었다.

“길어야 사흘이오. 사흘 후에는 큰 소동이 일 것인 즉, 행여 그 동안에 창고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하외다.”

정말 사정이 다급한 이들은 기찰 나온 종사관과 포교를 잡고 싸전의 사정을 얘기했으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고 고작 이런 말만을 해 줄 뿐이었다.

“아니 이 사람아. 쌀이 없어 팔지 못하는 것을 포도청이라고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정녕 쌀이 없다면 구휼청에서 어찌 할 것인 즉 걱정 말게나.”

포도청에서도 순식간에 한양의 쌀이 동나버린 일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는 했으나 이를 조사할 법적인 명분도 없었거니와 될 대로 되겠지 하는 안일한 심정도 가지고 있었다.

“제 남편은 어찌 된 것입니까?”

유의원의 집에서는 한낮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백위길의 안위가 걱정이 된 애향이가 애끓어 하고 있었다. 끔적이의 부인인 막순이가 그런 애향이를 달래고 있었다.

“포도청의 일이 급하니 늦는 모양이오. 곧 돌아올 것이외다.”
“허나 남편이 그냥 간 것이 아니외다. 간교한 박선달이 불러 간 것이기에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이오. 아니 되겠소! 내 포도청으로 직접 가보아야겠소.”

애향이가 무작정 뛰어 나가려 하자 개똥이가 이를 만류하며 자기가 대신 가보겠노라 안도시킨 후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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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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