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13

폭동

등록 2004.09.07 17:12수정 2004.09.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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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는 일단 애향이가 이른 쪽지 내용을 상기시켜 기방으로 달려갔다. 오래 전의 행수 기생이었던 윤옥은 이미 물러난 지 오래였고 지금은 묘옥이라는 기생이 행수 기생을 맡고 있었다.

"어쩐 일이시우?"


묘옥은 훤칠한 키에 빼어난 용모의 개똥이를 보고서는 눈웃음을 치며 맞이했다. 아직 여자에 대해서는 숙맥인 개똥이는 평소와 달리 더듬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저, 저기 간밤에 백씨 성을 가진 포교가 오지 않았소?"

묘옥은 개똥이의 말투가 웃긴지 키들거리며 허리를 굽혀 웃는 바람에 짧은 저고리의 허리춤을 드러내었고 개똥이의 얼굴은 이를 보고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사실 어제 누가 왔는지는 모르오. 어떤 관원이 와서 이곳을 통째로 빌렸소."
"어떤 관원이라니 그가 누구요?"

묘옥은 웃음을 멈추고 대답하기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개똥이는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와 애향이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애향이는 통곡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러지 마십시오. 무사히 계실 겁니다."

통곡 소리를 들은 끔적이가 자기가 나서겠다며 나가려 하자 유 의원과 아내 막순이가 급히 이를 말렸다.


"아니 되오. 함부로 운신하면 팔을 못 쓴다고 하지 않았소. 다리가 불편하게 된 것도 그 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었소이까?"

끔적이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가려 했고 통곡을 멈춘 애향이도 끔적이를 말리기 시작했다.

"내가 방정맞게 통곡을 해 사람들의 심기를 상하게 했소이다. 도와줄 사람이 있으니 나서서 몸을 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소?"

끔적이는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예전에 포도청에 있던 박춘호라는 사람이옵니다."

끔적이는 고개를 저었다.

"알고 보면 그 자도 박충준과 한 패였던 사람이라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때에 남편을 돕기도 한 사람이고 그로 인해 박충준과는 연을 끊었으니 가능할 것입니다."

개똥이가 벌떡 일어서며 나섰다.

"아주머니 혼자 가기에는 위험하니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저도 가겠소."

막순이도 분연히 일어나 따라 나섰고 애향이는 든든한 마음가짐을 가진 채 박춘호가 포목상을 하는 가게로 향했다.

"여기 주인장 계시오?"

포목상에는 점원하나가 졸다가 화들짝 놀라 입가에 흘린 침을 닦았다.

"지금 출타 중입니다만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가게 뒤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석이 네 이놈! 가게는 잘 보지 않고 또 졸았구나!"

그 목소리에 애향이는 반가운 마음이 들어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오월이 언니!"

포교를 그만 둔 박춘호의 끊임없는 설득에 오월이는 다시 박춘호를 받아 들였고 포목상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살던 터였다. 기생 시절에는 자주 불렸지만 지금은 잊혀진 이름인 오월이란 말을 듣자 여자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애향이를 보았다.

"이게 누구야? 애향이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애향입니다."

오월이는 반가운 마음에 애향이의 손을 마주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아니옵니다. 사실 염치 불구하고 박 포교님께 청이 있어 찾아온 것입니다."

"이를 어쩌나. 그이는 여기 없네만...... 며칠 전에 평양으로 떠났다네."

애향이는 그 말을 듣고서는 맥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놀란 오월이는 찬물을 떠와 애향이의 입어 부어주고 위로의 말로 진정시키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애향이는 쏟아내듯 사정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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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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