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일본인 친구인 세키네 히로코가 전여옥 대변인 앞으로 보낸 육필 편지. 세키네는 전 대변인의 도용(표절)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구영식
"그 당시부터 유재순씨가 표절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여옥 대변인(한나라당)의 도용의혹과 관련, 전 대변인과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의 일본인 친구인 세키네 히로코는 전 대변인에게 보낸 육필편지를 통해 "표절(도용)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전 대변인의 93년 11월 <일본은 없다>가 출간된 이후 세키네가 "억울해서 어떡하냐. 그런 사람인 줄 몰았다"고 자신을 위로했다는 유재순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세키네는 '마츠이 히로코'라는 이름으로 전 대변인의 <일본은 없다> 뒷편에 '여옥씨와 추억'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던 NHK 국제국 직원출신이다. 그는 여기에서 "여옥씨는 저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기억력도 좋고, 정확하게 사물을 받아들이는 눈을 가졌다"며 "그 능력은 거침없이 발휘되어 불과 체재 3개월 만에 3년이나 머무른 유학생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먼저 쓴 사람이 이겼다'는 말을 유재순씨가 자기대로 해석한 것"
세키네는 지난 7월 2일 전 대변인에게 보낸 육필 편지에서 "'원고를 보여주었다' '보지도 않았다'라는 두 분의 주장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고 밝힌 뒤 "유재순씨가 너무나 낙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로하는 말로 '먼저 쓴 사람이 이겼다'는 말을 했다"며 "그것을 유재순씨가 자기대로(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석한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세키네는 "전여옥씨는 일본에 왔을 때 일본말은 그리 못했었는데 금방 잘하게 됐다"며 "일본말을 사용해 취재도 하고 사람도 만나 저뿐만 아니라 전여옥씨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다 감탄했다"고 호평했다.
세키네는 "전여옥씨는 일본에 있었을 때 저와 같이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다른 일본사람도 만나 식사도 하고 많이 놀았다"면서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니고 기자로서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도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유재순씨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와의 일본 현지인터뷰에서 세키네가 "전여옥씨는 노미스기닷다요, 아소비스기닷다요(너무 마시고 놀기만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당시 "그녀로부터 그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자신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번역을 할 수 없어 거절하는 편지를 조금 전에 부치고 오는 길이라면서 계속 나를 위로했다"며 "세키네는 내게 그녀의 친구로서 자신도 그녀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세키네의 진술이 이렇게 180도 바뀐 이유와 관련,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세키네가 '전 대변인에게 신세를 져서 일방적으로 당신 편을 들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일본인들은 결국 진실을 얘기하기 때문에 설득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없다>는 일본의 나쁜 점만 말하고 있어 실망스러워"
하지만 세키네는 <일본의 없다>에 대해서만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육필편지에서 "제가 일본사람이라서 그런지 (<일본은 없다>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안받았다"며 "왜냐하면 전여옥씨는 저와 같이 있을 때는 일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냉정히 판단하고 있었는데 그 책에는 나쁜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키네는 "책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 문제로 말썽이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며 "두분은 자기의 특성을 살려 더 많은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그는 특히 "10년 전의 일은 다 끝난 것으로 하고…"라며 두 사람의 화해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 대변인은 세키네의 육필편지를 <오마이뉴스>와 유재순씨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다음은 세키네 히로코가 전여옥 대변인에게 보낸 육필편지의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