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나와 연로한 김 여사가 심은 배추.오창경
김 여사가 가르쳐 주는 대로 호미로 땅을 파서 배추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판에 120개 짜리 모종을 두 판이나 심었습니다.
“배추 30포기만 있으면 김장해서 겨울을 나고도 남을 텐데 너무 많이 심는 거 아닌가요?”
“이게 심는다고 다 배추가 되는 줄 아남? 못 살고 죽는 것도 있고 버러지들 땜에 기 못 피는 것도 있고 두디기(두더지)가 파헤치는 것도 있으니께 넉넉하게 심어야지. 제선네도 이제 김치 냉장고 있으니께 작년에다 대면 안되지 않겄어?”
얼마 전에 원고료를 모아서 김치 냉장고를 장만했다고 나팔을 불고 다녔던 덕에 더 이상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배추 240포기를 다 심고 나서 허리를 두드리고 있자니 김 여사가 내 발 밑에 뭔가를 툭 던져 놓습니다.
배추를 심고도 넉넉하게 남은 밭에 이번에는 무를 심자고 하면서 두둑을 만들어야 한답니다. 연로한 김 여사가 쇠스랑으로 두둑을 만드는 법을 시범을 보이는 것을 마냥 지켜 볼 수가 없어서 제가 쇠스랑 자루를 쥐었답니다. 그 일은 배추를 심는 것보다 몇 배나 어렵더군요. 어깨며 허리에 몰려 오는 통증에 숨을 헐떡거리며 2m쯤 되는 밭두둑을 두 개쯤 만들고 한숨을 몰아쉬고 그랬습니다. 전화라도 오면 핑계 김에 주저앉아 쉬기도 하련만 이런 날은 잘 못 걸려오는 전화 한통 없다니까요.
“내가 근력이 좋을 때는 밭두둑도 이쁘게도 만들었는디…. 너무 힘만 들어가니께 모양은 안 나고 골만 깊잖여. 좀 잘 좀 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