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원짜리 동전 명함이 얘깃거리 만듭니다"

이덕훈 교수의 독특한 PR법

등록 2004.09.08 10:01수정 2004.09.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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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남대 이덕훈 교수

한남대 이덕훈 교수 ⓒ 권윤영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만났던 사람을 기억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내 이미지를 확실히 남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한번씩 해봤을 터. 외모나 말투 등 타인에게 자신을 인식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효과적인 이색 명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주인공이 있다.

한남대 경영학과 이덕훈(48) 교수에게 명함을 건네 받으면 한동안 그 명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동전이 코팅된 채 명함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명함은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데다가 동전으로 인해 약간의 무게를 더하고 있어 유독 눈에 띈다. 더욱이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거북선이 그려진 5원짜리 동전이다.

“제가 국제경영학 화교분야를 연구하기 때문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습니다. 외국 사람에게 명함을 주면 한국인들이 얼굴도 비슷하고 이름도 비슷해서인지 쉽게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명함입니다.”

그가 동전 명함을 사용한 것은 6년 전부터. 그는 통용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동전을 집안 곳곳에서 찾아냈다. 처음에는 1원짜리도 사용했지만 너무나 가벼운 무게 탓에 가치가 덜했고 10원짜리로 만든 명함은 너무 무거웠다. 5원짜리 동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만의 명함을 만들었다.

이것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전 명함을 사용하고부터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자신과의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오래 전에 만났던 외국인도 ‘코인’이라고 이야기하면 “아~”하며 그를 기억해냈다. 가치 있는 명함이 사람과의 관계 역시 가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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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원짜리 동전이 이색적인 그의 명함. ⓒ 권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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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명함을 주면 동전 때문인지 너무나 좋아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아요. 오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거북선 그림으로도 이야기 거리가 생깁니다. 유명인사를 만나도 남들은 명함만 주고받지만 저는 동전을 소재로 5분 정도 이야기를 하곤 하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분명히 인식시킬 뿐 아니라 동전 하나로 화제 거리를 찾아낸 셈. 특히 일본인들은 이순신과 거북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에게 힌트를 얻어 동전을 이용해 명함을 만드는 사람이 늘어났을 정도.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그의 명함이지만 처음에는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폐 훼손을 우려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5원에 불과한 동전이지만 발행연도 70년대의 이 동전은 실제로는 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명함인데다 첫 만남의 중요성을 떠올린다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동전 명함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집에 있는 5원짜리를 갖다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공수해온 동전으로 6년여간 명함을 사용했지만 어느덧 그가 갖고 있는 명함은 100개 남짓에 불과하다.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얼마 남지 않아서 이제는 VIP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답니다. 동전이 다 떨어지면 어떤 명함을 만들까 고민 중이에요. 여러 개 생각해 놓은 것이 있지만 아직 비밀입니다.”

이 교수의 새로운 발상이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 동전의 가치를 더해주고 사람과의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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