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양한 방법으로 칭찬 받는 아이들

아줌마의 자녀 동반유학일기(16)

등록 2004.09.09 16:05수정 2004.09.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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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이 서툴고 상대 얼굴을 보면서 칭찬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낯설어하는 우리의 정서 때문일까. 미국 선생님들이 칭찬하는 것을 듣고 있으려면 좋으면서도 어떻게 맞장구를 쳐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과장되게 보이는 표정이나 별것 아닌 것에도 감탄사를 넣어가면서 말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될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다보면 우리 아이가 갑자기 천재도 되고 예술가로도 변신한다. 식물에 물을 줄 때는 흠뻑 주라고 한다. 뿌리까지 젖도록. 아이들에게 칭찬을 할 때는 말을 아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선생님들의 칭찬하는 방법이 나에게도 전염된 것일까.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한 개 학급과 여학생 두 개 학급이다.

수업시간에 영어 읽기를 잘 하거나 애쓰는 흔적이 보이면 "Nice reading! beautiful reading! (참으로 잘 읽었다)" 또는 "nice try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감탄사까지 넣어서 칭찬을 해준다. 칭찬을 받을 때 특히 남학생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그 장난기 심한 얼굴 위에 흐믓해 하는 웃음이 순간 쫙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아이들이 받는 상품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이 많다. 그 중에는 학교에서 만든 쿠쿠 박스라는 가짜 돈이 있다. 청소를 열심히 했을 때,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숙제를 약속된 기간 내에 제출했을 때, 선생님이 부탁한 것을 예의바르게 잘 했을 경우, 다른 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을 때 쿠쿠 박스 한 장씩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쿠쿠박스를 더 받고 싶어하고 서로 몇 장 모았는지 선의의 경쟁을 한다. 모아 두었던 쿠쿠박스는 한 달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디, 장난감, 반지, 목걸이, 학용품, 장식품 등을 학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가게(shop)를 학년별로 연다. 그날 쿠쿠박스를 많이 갖고 있는 아이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나도 현근이가 원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버터플라이'라는 초콜릿을 몇 상자 사서 가게 차리는 데 보태라고 갖다 낸 적이 있었다.

잘한 것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 물론 학교에서 만든 돈이지만 - 받게 함으로서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본인의 선택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는 방식이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자유시장 경제의 논리와 자본주의의 장점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익히는 교육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느날 현근이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새겨진 커다란 티셔츠를 가지고 왔다. 독서 목표치에(AR Goal: Accelerated Reading Goal) 도달한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허벅지까지 덮고, 통이 헐렁헐렁한 하얀색 티셔츠라 보통 때는 입을 수가 없었다. 현근이는 가끔 잠옷 대용으로 그 옷을 즐겨 입곤 했다. 사내아이가 치마처럼 입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거실을 왔다갔다 다니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재밌다.

한 번은 어른 남자 손보다 더 큰 동물 모양의 쿠키를 소중하게 들고 왔다. 불리(Bully:깡패,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에 관한 포스터에서 일등한 사람에게 주는 상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막대기가 끼워져 있는 예쁘고 귀여운 쿠키였다.


다음날 담임선생님이 쿠키 맛이 어땠었는지 현근이에게 물어 보았었나 보다. 선생님이 맛있다고 먹으라고 했지만 현근이는 말하면서 연필통에 꽂아 두었던 쿠키를 빼서 뱅글뱅글 돌리기만 한다. 끝내 먹지 못하고 다시 연필꽂이에 끼워 놓는다. 몇 달이 지나서 결국 그 쿠키는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했다. 현근이는 쿠키를 볼 때마다 기쁨을 느꼈나보다.

미국에 있을 때 주말이면(금요일) 현근이는 학습지 몇 장을 숙제로 가지고 와서 집에서 풀어서 월요일에 제출하곤 했다. 선생님은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과 합산해서 성적 처리가 된다. 숙제 검사를 해서 90점 이상 성적 결과가 나오면 스마일 모양의 그림과 짧은 코멘트를 덧붙인 다음 홀더에 끼워서 다시 아이들에게 내준다.

수학시간에 실시하는 테스트나 그밖에 여러 가지 테스트에서 90점 이상을 받는 아이들에게 맥도날드(Mack Donald) 혹은 소닉 (Sonic)같은 패스트푸드(fast food)점에서 무료로 음료수와 햄버거 혹은 피자 같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상장과 같이 이따금씩 주곤 했다.

패스트푸드점 입장에서는 광고효과도 있겠지만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이웃 학교에 일종의 기부를 하는 셈이었다. 현근이가 몇 차례 이달의 모범 어린이로 뽑혔을 때 마카로니 그릴 (Macaroni Grill), 페파로니 그릴(Pepperoni Grill) 같은 곳에서 먹을 수 있는 무료 식사 티켓을 여러 장씩을 받아 온 적이 있다.

상장도 상장을 주는 목적을 살려서 다양하게 예쁘게 장식이 되어져 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귀여운 얼굴 모습으로 서 있는 그림이 칼라로 인쇄된 상장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밋밋한 하얀 종이에 틀에 박힌 문구를 써서 주는 우리 식의 상장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현근이가  받은  예쁜 상장
현근이가 받은 예쁜 상장한난옥
상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고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상은 교장 선생님과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1/4학기마다 이런 행사를 하는데 전 과목 A를 받는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이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 7시 30분정도 일찍 부모들에 의해서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온다.

교장실로 가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구운 소시지, 팬케이크(미국사람들의 아침 식사용)와 오렌지 주스를 대접 받으면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능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에게 학교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을 해주는 셈이다.

현근이는 4학년 올라가서 미국에 간지 일년 만에 처음으로 2/4학기 때 전 과목 A를 받았었다. 교장 선생님과 전체 A를 받은 다른 친구들과 더불어 먹었던 아침식사의 기억은 현근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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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음 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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