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상품이 아니라 민족의 생명"

[인터뷰]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록 2004.09.09 23:13수정 2004.09.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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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송다'의 영향 탓일까? 9월 6일, 마치 완전 개방을 앞둔 우리 농촌의 암담한 현실을 반영이나 하듯 새벽부터 앞을 보이지 않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우리들은 이 장대비를 뚫고 우리 농촌 지킴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있는 국회로 향했다. 의원회관 227호. 전통 모시로 만든 개량 한복을 입은 강 의원은 따뜻한 미소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농민 운동가 출신인 강 의원은 인터뷰에 앞서 현재 ‘우리쌀지키기’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죽어 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식량 자급율 법제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a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은 "식량 안보를 위해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을 4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은 "식량 안보를 위해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을 4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 '우리쌀지키기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쌀은 우리 민족이 조상 대대로 지어온 농사이다. 2001년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사리에서 발견된 고대 탄화(炭化) 볍씨 59톨은 1만5000년 된 것으로 이는 97년 중국 황허(黃河) 강변 장시(江西)성에서 발견된 선인동 볍씨(1만500년)보다 무려 4천5백년 정도 앞선 것이다.

쌀은 우리 농업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농민 76%가 쌀 농사를 하고 있고 전체 농가 소득에 절반이 쌀농사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 식량 자급률 26.9% 중 95%를 쌀이 차지한다. 하기에 쌀이 무너지면 식량 자급률도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식량을 외국에 전부 의존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쌀을 지키는 것은 식량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경제의 기반을 잃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국민의 건강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쌀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우리 쌀 지키기 모임이 9월 1일 발족되었다. 여기에는 농업에 관련된 단체뿐만이 아니라 농업과 무관한 단체도 전부 함께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요즘 대학생들이 배우는 교양수업 중에 신자유주의 논리에 관한 수업이 많다. 이 수업으로 인해 쌀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아무런 사회적·제도적 장치 없이 마음대로 경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린 아이와 어른 따지지 말고 힘으로 빼앗아 먹자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성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가치관들이 팽배해졌다. 우리의 교육이‘일류 대학 가서 좋은 데 직장 얻고 좋은 데 출세해서 돈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보니까 ‘먹는 것도 상품이다’라는 논리에 호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이 되었건 하나님이 되었건 물, 공기, 햇빛 등 인간이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풍부하게 마련해 주었다. 그것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전부 독식해 약자는 살 수 없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생존 조건에 절대적인 영역인 식량을 상품화 시켜서는 안 된다."

- 그래도 개방화 시대에 쌀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8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고, 한 시간에 4000명이 굶어 죽고 하루에 10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 중에 3만5천명이 5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못 먹어서 굶어 죽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배고프다고 절규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은 범죄 행위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돈 없는 나라의 곡식을 딱 죄어 놓고, 농업을 개방시켜 그 나라의 농업 기반 무너뜨리고, 자기 나라 농산물을 많이 팔기 위해 농사를 제대로 못 짓게 해서 하루에 3만5천명의 사람들이 죽여가고 있다.

어떻게 식량을 상품화해서 돈 있는 사람은 살고, 없는 사람은 굶어 죽으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반인간적 생각이다. “쌀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호소하며 칸쿤에서 목숨을 바친 고 이경해 동지의 외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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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 경쟁력 없는 농업에 더 이상 투자하기 보다는 반도체 산업 등 경쟁력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명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 쿠즈네츠는 "개도국이 중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농업 희생을 기반으로 중진국으로 진입이 가능하지만,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가려면 농업에 자립화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TV나 상품들은 값이 오르면 안 사면되지만 식량(농산물)이 부족한 시대가 되면, 10배 달라고 해도 안 사먹을 수 있는가? 그래서 농업은 기반산업, 생명산업, 주권안보, 인권산업이다. 실제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있어서도 실제 농업 수입으로 인해 무역 적자가 나타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통과시키면 우리 경제가 크게 득을 볼 것이라고 했는데 개방한 지 5개월간 오히려 5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았다. 한마디로 농업 기반이 없으면 경제적 성장을 해도 모래 위의 성을 쌓는 것과 같다."

- 노무현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 자유 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수동적, 방어적 개방에서 능동적, 공세적 개방으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청와대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쌀 개방 문제, 식량 자급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했지만 너무 완고했다. 농업을 살리려고 국회에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결국 농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쌀 지키기 운동을 해야 쌀 개방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제3세계 민중들의 투쟁으로 WTO D-day 협상이 2005년 12월 30일로 연기됐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쌀재협상을 2004년에 꼭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는가. 관세화나 감축 포기나 감세율이나 2005년 12월 30일 각료회의까지 미뤄진 상황인데 왜 지금 미리 하는가? 예를 들어 우리가 돈을 빌리는데 이자를 몇 %로 한다거나 기간을 정하는 것을 05년에 하는데 미리 1억을 빌렸다고 치자. 우리는 이자를 5% 예상했는데 나중에 12% 달라고 하면 다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성급한 협상을 미리 할 필요가 있는가?"

- 올해 안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관세화될 것이며, WTO에 제소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동관세화론은 그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법조문에는 ‘10년 유예한다’와 ‘04년에 재협상한다’는 말만 있다. 올해에 재협상 안 되면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굴욕적으로 유권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 또한 "자동관세화론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거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국의 농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5개 나라 중 22개 나라는 급식조례를 제정해서 자국 농산물 쓰고 있다. 안하고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 이스라엘, 한국을 포함해서 3개 정도밖에 없다. 정부의 논리라면 먼저 미국을 제일먼저 WTO에 제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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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 크리스토퍼 힐 신임 주한 미국 대사는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의원외교 연구모임’초정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 관계를 재구성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미국은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으로 WTO 협상이 계속 지연되자 FTA를 통해 실리 추구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WTO협상 전에 미국에 농업을 뺏기게 된다. 이것은 식량 주권 지키기 위해 미국의 식민지가 맹종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체결해서는 안된다. 만약 농업을 제외한다면 몰라도 안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FTA를 맺을 때는 유사한 분야끼리 많이 맺는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칠레와 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칠레 농업의 7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일교차가 20도 정도 나는데 과수농사에는 최적이며 최첨단 농업 시설 또한 보유하고 있다. 과수농사로는 축복을 받은 나라이다. 그래서 미국이 칠레의 과수 농가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FTA를 체결하는 것은 어린 아이와 레슬링 선수의 시합과 같은 상황이다. WTO의 원래 명분은 상호 경쟁을 통한 상호 발전으로의 기여인데 경쟁은 같은 급끼리 하는 것이 옳다. 마구잡이로 뺏아 먹자는 미국은 경쟁의 원리와 법칙을 무시한 자유무역을 조장하고 개방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해 평택농민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연일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을 강행하려고 하는데.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왜 주한미군의 발목을 잡으려는지 모르겠다. 미국이 북한에게 핵을 없애라고 하는데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도 미국이 가장 전쟁 일으킬 위험 높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군은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나라에 남아 오히려 북한과의 전쟁을 유발시키는 존재가 되고 있다.

평택 농지를 잠식하면서까지 이전하려고 하는데 정말 전쟁 방어가 목적이라면 휴전선 앞에 있어야지 왜 한강 이남으로 내려오려고 하는가? 주한미군, 아예 이참에 미국 본토로 떠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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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 94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된 후 한국 농업은 붕괴 직전에 있다. 도농간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농가 부채는 감당할 수 없으며, 농민 91%가 40살 이상이라고 한다. 농촌 사회의 붕괴를 막아내기 위한 제도적인 준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농촌이 붕괴되고 있는 것은 수입 개방 때문이다. 자급률이 26.9%밖에 안 되는데 개방 안 되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입 개방으로 인해 수지가 맞지 않고 소득 보장이 되지 않아 전부 농가 부채로 남는다. 개방을 안 하는 것이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농민들의 힘을 모아 정책적 농정을 건의하고 농산물 도시에 직거래하는 유통 사업을 해야 하는데 돈놀이에 급급하다.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해야한다. 경제 사업을 70% 정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서 거꾸로 가고 있다. 관련해서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다."

-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각계각층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간 남북농민들의 교류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통일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농민들도 2001년 7월, 2004년 6월 ‘남북농민통일대회’를 진행했다. 대회를 통해 한민족의 정도 나누고, 통일농업의 필요성도 느낄 수 있었다. 제작년에는 쌀도 보내고, 못자리용 비닐도 4억원 상당 보내는 등 농업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화학 비료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친환경적인 농업을 일궈 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식량 문제가 양도 문제지만 질도 중요하기에 남북 간의 교류를 활발히 진행시키고자 한다.

또한 활발한 남북 농민들의 교류를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시키고 통일을 하루 빨리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력 강화, 경쟁력 강화 외치는데 허리에 철조망 둘러매고 어찌 힘을 쓰겠나. 이것 먼저 처리시켜야 통일 농업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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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 대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바라는 말.
"학생들은 피가 뜨겁고 혈기가 가득 찬 때라 정의에 누구보다 민감한 세대라 생각한다. 정말 우리 사회가 돈을 최고 가치로 아는 사회다 보니 자기 앞만 보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하지만 우리 대학생들부터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 가난한 이웃을 끌어안고 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그리고 세계화 반인류적 범죄 행위에 당당히 맞서도록 하자.

더불어 ‘농자천하지대본’이고 나라는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국민 먹는 것을 ‘하늘’로 생각해야 한다. 콜라, 커피, 양담배 등 이런 것은 정말 미국이 그 나라에 다른 나라에 농업을 침략하기 위한 3총사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절대로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생들은 민족의 미래다.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힘 있게 물길을 헤쳐 나가는 그런 세대가 되었으면 한다."

a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가한 대학신문기자들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가한 대학신문기자들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a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실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실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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