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단단해진 러브홀릭

러브홀릭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 < Invisible Things>

등록 2004.09.11 01:54수정 2004.09.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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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플럭서스 뮤직이라는 생소한 음반사 홈페이지에서 팀명과 제목이 똑같은 곡을 하나 듣게 되었다. 팀명과 곡 제목이 모두 '러브홀릭(Loveholic)'이었다.

'자우림의 아류작이로군' 하며 건너 뛰려고 했지만 묘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Hah-Hi-Ho Love, Hah-Hi-Ho-Love'를 외치는 여자 보컬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 좋은데?'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a 러브홀릭의 1집 'Florist'

러브홀릭의 1집 'Florist' ⓒ 플럭서스 뮤직

여자를 보컬로 하는 록밴드가 등장하면 자우림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자우림은 한국 록에서 큰 자리를 차지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유일무이한 여성보컬 록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밴드 위자드 출신의 보라마녀 지선(Jisun)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자우림의 보컬인 김윤아와의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윤아는 고음도 고음이지만 굵고 걸죽한 저음이 더욱 매력적이다. 음울한 곡이 종종 있는 자우림에 딱 맞는 보컬이다. 하지만 지선은 김윤아 보다는 좀 더 가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러브홀릭의 보컬로 제격이다.

러브홀릭의 1집 플로리스트(Florist)은 너무나 달콤한 캬라멜과 같은 음반이다. 팀명처럼 전곡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다 모던록에 팝적인 요소를 굉장히 많이 가미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조금은 건조하고 맑은 목소리의 지선의 목소리로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지난달 26일 발매된 러브홀릭 2집 인비지블 싱즈(Invisible Things)는 1집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조금은 강렬해진 사운드와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앨범이다.

'Sky', 'Kiss me, hold me' 등의 곡은 1집의 달콤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1번 트랙인 'Magic'에서부터 1집보다 강해진 기타 사운드와 지선의 파워풀한 보컬을 느낄 수 있다. 1집의 성공을 통한 2집에서의 변화를 1번 트랙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a 러브홀릭 2집 'Invisible things'

러브홀릭 2집 'Invisible things' ⓒ 플럭서스 뮤직

또 다른 변화는 조금은 우울하면서도 담배연기 자욱한 지하 바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몇 개의 곡들이다. 이는 영국의 브리스톨이 원산지인 트립합의 영향이다. 트립합은 테크노와 엠비언트, 재즈, 블루스 등의 음악이 뒤섞인 장르로 몽환적이고 우울하며 퇴폐적인 것이 특징이다. 1집의 밝고 통통튀는 곡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1집의 신선함이 너무나 큰 탓이었을까? 아니면 2집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이번 앨범은 1집만큼의 신선함과 특별함은 덜하다. 그렇다고 음악성이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러브홀릭이 얼마나 발전하고 새로워질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큰 기대를 가지게 하는 앨범이다. 1집의 성공에 크게 기대지 않고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러브홀릭의 3, 4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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