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호랑이'의 세상을 향한 외침

드렁큰 타이거 5집 '하나하면 너와 나(One is not a lonely word)'

등록 2004.09.12 23:08수정 2004.09.13 14:22
0
원고료로 응원
98, 99년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있어 힙합음악이 크게 성장한 시기다. 98년 당시 버클리 음대에 재학 중이던 조PD가 자신이 만든 'break free'란 곡을 인터넷에 퍼트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한편 음지에서 꿈틀대고 있던 힙합도 있다. 힙합 클럽인 ‘마스터 플랜’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언더그라운드 MC들이 그 실력을 인정받아 조금씩 성장하고 적은 양이나마 음반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그마한 불씨를 키우고 있던 우리나라 힙합씬(힙합 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활동하는 터)에 더 큰 불을 붙인 앨범이 99년 발매됐다. 바로 드렁큰 타이거 1집 'Year of the tiger'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랩으로 무장된 '난 널 원해'라는 곡과 99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노래에 속하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곡이 실린 앨범이다.

LA의 KFPK라는 힙합 라디오 방송에서 주최하는 힙합 페스티벌 프리스타일 랩 부분에서 주목을 받은 타이거 JK와 미국 동부 힙합 클럽에서 스크래치 DJ로 활동하던 DJ 샤인은 91년 만났다. 한국인이란 점과 음악적 공통분모를 찾은 그들은 그렇게 한 팀이 되고 미국의 여러 힙합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탄다.

그러던 중 국내의 조그만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고 그 공연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도레미 레코드는 앨범을 제의했고 그렇게 드렁큰 타이거는 우리나라 힙합씬에 등장했다.

우리나라 힙합씬에 뿌리를 내린지 6년 만에 드렁큰 타이거의 5집이 지난 달 발매됐다. 99년, 외국 생활을 오래 한 그들의 1집은 어눌한 우리말과 영어로 된 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집 '위대한 탄생', 3집 'The legend of', 4집 '뿌리(Foundation)'를 거치면서 음악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가사는 더욱 그렇다. 힙합 특히 랩이란 장르에 있어 가사는 매우 중요하다. 힙합은 가사를 그냥 일반적인 가사가 아니라 하나의 시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의미전달, 운(韻) 등을 매우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드렁큰 타이거는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초창기 앨범은 영어로 가득 차 있어서 의미 전달이라는 점에서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영어로 랩을 할 때와 한글로 랩을 할 때 느껴지는 랩 기술의 차이도 큰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하이톤의 끈적끈적한 목소리를 지닌 타이거 JK와 거칠면서 건조한 목소리를 지닌 DJ Shine. 그들의 랩 기술이 일류라는 것은 틀림없고 이질적인 두 가지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틀림없다. 게다가 미국의 여러 힙합 페스티벌에서도 인정받은 그들의 랩 실력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랩을 할 때 느껴지는 어색함이 그들의 약점이었다.

a 드렁큰 타이거 5집 앨범 <하나하면 너와나(One is not a lonely word)>

드렁큰 타이거 5집 앨범 <하나하면 너와나(One is not a lonely word)> ⓒ 도레미미디어

이번 5집 앨범은 드렁큰 타이거가 얼마나 노력하는 뮤지션인지 알 수 있는 앨범이다. 이제는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가사와 더욱 깔끔해진 멜로디가 드렁큰 타이거의 랩을 타고 귀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다.


1집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이질감은 이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사 역시 한국사람 보다 더 자연스럽게 한글 라임(rhyme, 운율)을 구사한다. 랩핑, 플로우(박자에 맞춰서 가사를 내뱉는 것) 등의 기술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약점은 DJ 샤인의 비중이 크게 감소된 점이다. 어머니의 병으로 이번 앨범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때문이다. DJ 샤인의 랩을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나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드렁큰 타이거의 이번 앨범은 분명 그들의 음악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준다. 99년 우리나라 힙합씬을 강타한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드렁큰 타이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