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사상 첫 대기업 인수 성공할까

대우종기 조합, 팬택컨소시엄에 신뢰 표명... 지분투자하기로

등록 2004.09.13 16:54수정 2004.09.1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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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종합기계는 인천과 창원(사진)에 공장을 두고 있다.
대우종합기계는 인천과 창원(사진)에 공장을 두고 있다.오마이뉴스 안현주

대우종합기계 우리사주조합과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이끄는 팬택컨소시엄이 우리나라 중장비 업계의 1위인 대우종기 매각입찰에 공동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인수 성공 여부가 주목을 끌게됐다.

대기업 매각에 회사 우리사주조합과 노조 등 종업원들이 인수자로 참여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윤환 대우종기 우리사주조합장은 13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대우종기 입찰과 관련해 팬택컨소시엄과 공조 배경 및 향후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조합원 1인당 최대 6500만원을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해 팬택컨소시엄에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지난 6월 시중은행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법률적인 검토를 끝내 대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됐다"며 "다만 조합단위의 차입은 내년이 돼야 법률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일단 종업원 개개인의 대출형태로 추진하고 내년에 사주조합 차입형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해 향후 종업원지주제도(ESOP)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다.

조합측은 또 '윤리경영실천협의회'라는 별도기구를 통해 고용안정 등 윤리경영 방안을 공동 논의키로 해 당초 경영권 참여 요구에서 한발 물러날 뜻도 밝혔다.

우리사주 조합,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신뢰 표명

조합측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에 대한 믿음이 크게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1년 12월 '현대큐리텔' 인수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완전고용 선례를 남긴 장본인이다.


박 부회장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던 현대큐리텔을 인수 1년 만에 수백억원 규모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시켰을 뿐 아니라, 인수 당시 11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100% 고용승계하고 임금도 30% 인상했다. 당시 기업간 인수합병시 대규모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이 대세였던 상황에서 이러한 박 부회장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당연히 주위에서 우려가 터져나왔지만 박 부회장은 결국 완전고용승계와 경영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사주조합 측은 "박 부회장이 팬택앤큐리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보여준 상생의 노사관계, 최고 수준의 종업원 복지 및 인격존중, 투명한 경영과 성과분배 등을 높이 평가했다"며 "지금까지 경영능력이 입증됐기 때문에 경영권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팬택 컨소시엄과 박 부회장에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박 부회장도 평소 "기계산업과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시켜 '메가트로닉스'(기계+이동통신)라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겠다"며 대우종기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래 박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대우종기 인수에 참여하려 했지만 매각주체인 자산관리공사(KAMCO)가 개인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의 면면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팬택컨소시엄 측과 우리사주조합 측에 따르면 각 분야에서 업계의 인정을 받고, 수백억원대 자금동원능력이 있는 10여개 중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3파전' 예상 속 매각방식·KAI 지분처리가 막판 변수

이에 따라 우리사주 조합까지 가세한 팬택 컨소시엄이 대우종기 인수에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일괄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두산, 효성이 대우종기 인수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매각방식과 자산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의 끼워팔기.

대우종기의 1대 주주로 매각 주체인 자산관리공사는 당초 민수와 방산 부분의 '일괄 매각'입장을 고수하다가 지난달 초 분할 매각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현재 팬택컨소시엄, 두산, 효성, 통일중공업·삼영 컨소시엄 등은 일괄매각을 바라는 반면 현대차그룹의 로템과 한화 등은 방산부문을, 칼라일 펀드 등 외국계 자본은 민수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방산부문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평가됐던 로템과 한화가 자산관리공사의 KAI 지분 끼워 팔기에 난색을 보이며 입찰 참여여부가 불투명해졌고, 민수부문을 노리는 외국자본은 단순한 투자 성격이라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돼 일괄매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자산관리공사가 '알짜 기업'인 대우종기를 매각하면서 골칫거리인 KAI 지분을 묶어 팔기로 함에따라 KAI 지분인수를 부담스러워하는 업체들의 최종 입찰 참여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종기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각 업체들은 입찰 마감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대우종기는 외환외기 당시 대우계열사에 지급 보증한 5조여원 때문에 부도를 맞았지만 현재 굴착기 부문에서 국내 시장의 45%, 지게차 부문에서 58%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국내 1윌 중장비 제조업체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인수전은 그야말로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알짜기업' 대우종기 둘러싼 치열한 경쟁 9월말 판가름

팬택계열 관계자는 "인수에 성공하면 대략 재계 20위권으로 단번에 뛰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선통신 기술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신사업 영역을 개척해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중공업 분야에서의 사업성과와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효성 측도 경영능력과 자금력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삼영과 통일중공업도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특히 일부에서는 팬택컨소시엄, 그중에서도 우리사주조합의 자금동원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등 흠집 내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괄매각에 따른 팬택컨소시엄, 두산, 효성의 3파전에서 이번에 '고용승계'와 '무분규' 노력의 합의를 이끌어낸 팬택컨소시엄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팬택컨소시엄이 우리사주조합의 대출 상환에 대우종기의 경영수익 일부를 출연하기로 한 점 등 양측 합의사항을 채권단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또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14일 매각 입찰을 마감하고 이번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11월 중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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