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반전평화기독연대, EYCK 등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15일부터 24일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광화문네거리까지 십자가를 들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침묵행진을 벌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대의 악법, 국보법 폐지를 위한 고난의 행군에 나서겠습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십자가 행렬'이 등장했다. 십자가를 든 그들의 가슴 위엔 '국보법 폐지'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현대판 '예언자'들의 모습에 익숙해 있던 시민들은 이들의 침묵행진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15일 낮 12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앞에는 청년 개신교인 8명이 조촐히 모였다. 이들은 각각 반전평화기독인연대,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단체 이름만으로 그들을 소개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그들 모두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개척교회 목사이거나 평범한 신도들일 뿐이다.
이들이 일반 개신교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군사정권 시절 독재에 맞서 싸웠던 선배 개신교인의 전통을 물려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신교회 개혁에 적극 앞장서왔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한국기독교회관 앞에 모인 8명의 활동가들은 짧은 기도로 '십자가 행진'을 시작했다. "비록 적은 수가 모였지만 이런 작은 물결이 모여 국보법 폐지라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랍니다." 짧은 기도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광화문 네거리를 향해 침묵행진을 시작했다.
기독교회관에서 광화문 네거리까지의 거리는 약 2.3km. 행진이 지나는 거리 중간에는 평생을 국보법 체제 하에서 보냈던 노인들의 모임터인 탑골공원·종묘공원이 있다. 한 참가자는 "혹시 어르신들한테 험한 꼴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험한 꼴'까지는 아니지만, 행렬이 종묘공원 앞을 지날 때에 이를 지켜보던 몇몇 노인은 "도대체 예수××까지 나서 뭐하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인데 하루아침에 바뀌기 힘들죠." 행진 참가자들은 묵묵히 십자가를 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향했다.
기자는 불편한 몸 때문에 행렬에서 뒤처진 김성윤 반전평화기독연대 집행위원장과 동행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평화의 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그는 이번 십자가 행진이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자행됐던 인권침해에 침묵하며 교회 성장만을 추구했던 개신교회의 과오를 참회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종교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보법은 결국 '믿음'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의 자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 개신교 단체들의 '십자가 행진'은 오는 24일까지 같은 시간·장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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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열흘간 국보법 폐지를 위한 '십자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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