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패트리어트 배치' 설명회 열려다 곤욕 치른 국방부

시민사회단체, 설명회 보이콧... 시의회 "반대" 결의안 채택

등록 2004.09.16 17:16수정 2004.09.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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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6일 오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국방부의 '광주공항 미 패트리어트 배치 계획 설명회'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진은 설명회가 진행되지 못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짖고 있는 군 관계자.

16일 오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국방부의 '광주공항 미 패트리어트 배치 계획 설명회'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진은 설명회가 진행되지 못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짖고 있는 군 관계자.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미연합사의 주한미군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광주공항 배치 계획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광주공항 인근 주민 등의 반발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패트리어트 광주배치 계획 설명회'를 가지기 위해 광주광역시청을 방문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거센 반대의 목소리에 곤욕을 치렀다. 광주전남지역 1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공항 패트리어트 배치 반대 광주전남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광주공항 인근 주민 등 100여명이 공청회를 막고나섰기 때문이다.

패트리어트 설명회 결국 무산

시민사회단체와 국방부, 경찰과의 실랑이는 설명회 예정 1시간전부터 시작됐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은 광주광역시청 행정동 출입구를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막았고, 설명회가 진행될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 사복을 입은 전경 30여명을 앞자리에 미리 대기시켰다.

이에 대해 공대위 관계자들과 광산구 주민들은 "설명회를 하는데 왜 경찰이 동원됐느냐,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설명회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국강현 민주노동당 광산지구 위원장은 '5월 영령 분노, 패트리어트 미사일 광주배치 반대'라고 씌인 피켓을 들고 "광주공항 인근 주민들은 새벽부터 전투비행기 소음때문에 시끄러워 못살겠다고 공군부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미 주한미군과 패트리어트 배치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으면서 무슨 설명회냐"고 따져물었다.

박광우 공대위 정책위원장은 "책임있는 국방부 관계자가 설명회장을 왜 경찰들로 둘러싸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는지, 이렇게 진행시킬 것인지 설명해 달라"며 "당장에 경찰들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설명회장 앞 자리를 차지했던 사복 차림의 전경을 철수시켰다.


공대위는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회에 경찰을 배치한 것에 대한 사과 ▲국방부의 일방적인 배치계획 추진에 대한 공개사과 ▲주한미군과 패트리어트 광주배치에 대한 재검토 의사 표명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3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원만한 설명회 진행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비행장 옮겨달라는데 주한미군이 웬말이냐"


국방부 관계자들이 공대위의 설명회 보이콧에 대한 대책을 세우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동안 설명회는 패트리어트 광주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공대위와 광주공항 인근 주민들의 연설회장으로 변했다.

"광주공항 인근에서 7년동안 살았다"는 송춘희씨는 "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시민의 출입을 경찰이 제지하고 이런 것이 진정으로 설명회를 하려는 자세인지 분간이 안간다"면서 "광주공항에 있는 공군부대를 옮겨달라는데 웬 주한미군배치냐"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아이들과 밖에 나가면 전투비행기 소리때문에 아이들이 주저앉아버린다"며 "국방부는 도대체 어느나라 국방부냐, 우리나라 국방부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또 "주한미군이 들어오는 것이 무섭다, 독극물 유출 등 문제보다는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죽은 것을 보고 언제 우리도 그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무섭다"면서 "결코 미군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시간여 동안 공대위 등이 설명회를 보이콧함에 따라 국방부 측은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을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공대위 측이 몰려와 무산됐다. 20여분 동안 시청 브리핑룸은 경찰, 시청 관계자들과 공대위 관계자들이 실랑이 벌여 아수라장되기도 했다.

결국 국방부 측은 기자들에게 '광주비행장 미 패트리어트 부대 배치계획'이라는 A4 14장짜리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광주에서의 설명회 일정을 마쳐야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시청을 방문한 권안도 국방부 전략기획본부장(중장)이 오후 3시 시장실을 빠져나와 상경함으로써 설명회를 둘러싼 마찰이 마무리됐다.

육군31사단 한 관계자는 "설명회가 반대논리를 펴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만 듣는 자리가 되버렸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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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패트리어트' 설명자료, 무슨 내용담았나


a 국강현 민노당 광주광산지구 위원장이 국방부에 항의하고 있다.

국강현 민노당 광주광산지구 위원장이 국방부에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시의회,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배치계획 반대' 결의안 채택

한편 그동안 의원 개인적으로 혹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던 광주광역시의회(의장 반명환)는 이날 본회의를 갖고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배치계획 반대' 결의안 채택했다.

광주시의회 의원 일동은 결의안에서 "우리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안보상황에 기인한 군 내부의 단순한 재배치계획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계획은 예향의 전통과 시민역량을 결집시켜 그 동안의 소외를 벗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성장하려는 시점에서 우리 광주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며 시민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있다"면서 "계획안을 철회하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또 의원들은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계획을 우리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광주시민의 인권과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로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오는 18일 오후 송정리역 광장에서 광주공항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반대 시도민궐기대회를 열고 시도민과 함께 주한미군 주둔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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