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처벌과 재산몰수는 국민들의 뜻"

'친일반민족자 재산환수법' 공청회...'송병준 소송' 부평 주민 참석

등록 2004.09.17 18:39수정 2004.09.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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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재산환수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주최자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재산환수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주최자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치부한 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고 한다"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제1정조위원장)은 1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이하 친일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를 주최하면서, 이러한 이유로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특별법을 당론으로 정한 뒤 10월 초순에 국회에 제출하고 민노당,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특별법에 동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며 "프랑스 정부가 나치에 부역하며 반민족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 재산을 몰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드는데 법적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은 일본 식민통치에 협력하면서 훈작을 받거나 을사보호조약이나 정미7조약의 체결을 주창한 대신 등 고위공직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또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부터 상속받거나 증여 받은 재산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라고 각각 정의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위원회'를 두고 친일반민족 재산을 관리·소유하고 있는 자의 출석요구·진술 청취 및 관련 국가기관·시설·단체 등에 관료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사를 통해 친일반민족 행위에 의해 형성된 재산으로 판명나면 재산을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킨다.

국가에 귀속된 재산은 독립운동 기념사업 또는 교육사업에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재산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위조하거나 숨기는 등 조사 활동을 방해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친일파 처벌과 재산 몰수는 헌법제정자인 국민의 기본 의사이자 이념"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가 1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가 1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임헌영 교수(중앙대·민족문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이헌환 교수(서원대)가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에 대한 헌법적 검토' ▲백동현 박사(고려대)가 '친일파의 축재과정과 해방후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사례' ▲이세일 박사(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가 '부역자 재산몰수 해외사례 연구' 등을 발표했다.

또한 한상범 동국대 교수(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주섭일 <내일신문> 고문, 윤경로 한성대 교수(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장완익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헌환 교수는 "식민잔재청산의 일환으로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하여야 한다는 것은 헌법제정자인 국민의 기본 의사이자 이념이었으며 불문의 헌법원칙이었다"며 "임정헌법과 제헌헌법 등에 비추어보면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몰수함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의 개정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제헌헌법 이래 법률부재의 상황을 극복, 재산환수소송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며 "친일파 청산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및 미래를 위한 문제임을 감안한다면, 법률이 가지는 최소한의 일반성과 명확성에 입각하여 엄격히 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동현 박사는 "1905년 을사조약 강제 체결 시기에 이등박문(伊藤博文)이 300만 엔(円)의 자금을 갖고 들어와 권중현, 이근택, 이제순 등에게 뇌물을 풀어서 조약성립을 꾀했다"며 "10만 엔(円) 이상 수령자였던 이완용·송병준·박제순·이용직 등은 을사조약 및 합방조약 체결에 관여한 자들로, 한일합방의 공적에 대한 대가이자 매국행위의 대가성이었다"며 설명하면서 10만 엔을 현재 환산하면 20억원∼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었다고 추산했다.

백 박사는 또한 "최근 27건의 재산반환 소송 중 이완용 유산에 대한 소송이 17건을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입법부의 매국형 친일파의 재산반환소송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매국형 친일파의 경우 을사조약 전후, 한일합방조약 과정에서 각종 은사금과 특사금을 비롯한 매국의 대가성이 확인된 자금이 재산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나치부역자 767명 처형, 노르웨이는 독일군 치료한 간호원도 처벌

이날 발제에 참석한 헌법 학자와 친일전문 연구가들은 매국에 의해 형성된 재산은 환수하라는 게 국민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에 참석한 헌법 학자와 친일전문 연구가들은 매국에 의해 형성된 재산은 환수하라는 게 국민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세일 박사는 '부역자의 재산몰수 해외사례 연구'에서 "친일 부역자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몰염치한 후손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역사의 엄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와 중국의 부역자에 대한 형벌과 재산몰수 사례를 발표했다.

이 박사는 "프랑스든 중국이든 한국의 경우든 부역자들은 공통적으로 교활함과 기회주의가 특성"이라며 "대부분 부역자들은 자기 나름대로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한 방책으로 부역행위에 나섰다고 변명하고 있는 만큼 부역자에 대한 규정은 행위 자체의 반역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부역자의 특성과 기준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나치부역자로 징역형과 자격박탈 당한 사람들이 "벨기에 7만명, 네덜란드 10만7000명, 프랑스 9만명이었고 프랑스의 경우 이중 767명이 처형됐다"며 "노르웨이에서는 독일군 병원에서 적십자 간호원으로 일한 모든 여성이 유죄로 간주되고, 부역자로 고발된 자의 집은 약탈돼 전쟁희생자들에게 분배"됐다고 밝혔다.

중국 국민당 정부는 지난 1945년 '징치한간조례(懲治漢奸條例)'를 제정, 2만5155명이 재판에 회부돼 1만4932명이 처벌을 받았으며 이중 369명이 사형됐다. 또한 979명이 종신형, 1만3370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유죄판결을 받은 상당수가 전 재산 몰수형을 함께 받았다고 이 박사는 밝혔다.

한편 임헌영 교수는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돈을 축재하고, 매국노의 증손자들이 축재한 재산을 찾겠다고 나서는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며 "합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지, 나라를 팔아먹은 재산을 보호하는 게 무슨 법이냐, 그런 법이라면 뜯어 고쳐야한다"고 일갈했다.

"나라 팔아먹은 재산 보호하는 게 무슨 법인가"

이헌화 교수가 17일 오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헌화 교수가 17일 오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상범 동국대 교수는 "친일파들이 부동산과 보물, 금붙이를 보관했다가 정치자금에 사용한 흔적이 있는데 이를 밝혀야 한다"며 "친일파가 사법부를 장악했고 적산(일본인 재산)을 친일파들에게 거저 주기도 했다, 친일파의 활동기반은 재산인 만큼 특별법을 만들어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세일 고문은 "드골은 나치에 협력한 신문, 방송, 잡지의 발행을 금지시킨 뒤 윤전기 등을 압류조치 했으며 나치를 찬양한 언론인들은 체포됐다"며 "나치를 위해 자동차를 판매하고 장갑차를 만든 르노자동차 사주는 감옥에서 옥사했으며 이 회사를 국유화하는 등 나치에 부역한 재벌들의 죄값을 치르게 했다"고 밝혔다.

장완익 변호사는 ▲'친일재산환수위원회'를 상설기구 또는 임시기구 등의 성격 ▲상속·증여받은 친일재산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변경됐을 경우 환수 방법 ▲친일재산의 이득에 대한 환수 방법 ▲조사 활동 방해나 비협조에 대한 처벌 기준 등에 대한 방안을 최용규 의원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친일재산환수위원회는 상설화 하도록 하겠다, 친일파의 모든 재산을 밝혀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조사권 방해 등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도록 연구하겠다"며 "을사오적 등 친일행위에 의한 재산이 2조원∼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명백한 친일재산으로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친일파 송병준 후손들의 소유권 반환소송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대림아파트 주민 50여명이 공청회에 참석했다. 송병준 후손들은 2002년 9월 대림아파트의 땅 1만6740평 가운데 817평에 대해 소유권 반환 소송을 냈다.

조영래 입주자대표회장은 "시민들의 촛불시위로 미군기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송병준 후손들이 나타나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로 인해 주민 1470가구가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명백한 친일파의 재산을 보호한다면 어느 누가 민족을 위해 노력하겠는가"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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