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어렵지만 꼭 이루어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의 날 행진' 및 문화제 열려

등록 2004.09.18 01:34수정 2004.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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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충남대행진'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2시 30분,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행진을 벌이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천안 쌍용동에서 온양역까지 약 10여 Km의 거리를 도보로 행진했다.

차량소통이 유난히 많은 도로인지라 행진 참가자들은 차량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이동 중에 만난 천안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지원센터의 주된 업무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충문제에 대한 상담이며 임금체불, 체류관련, 언어소통에 대한 어려움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언어소통의 문제가 큰데 한국 사람의 경우, 화만 나면 회사를 나가라고 소리치게 되고, 이주노동자가 사장의 말에 따라 나가버리면 회사에서는 이탈신고를 하게 된다. 결국엔 이주노동자가 불법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근로여건 등에 대한 상담 시에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경우가 많다. 사장은 충분히 말을 다 했다고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그 중 5% 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 사장들 중 좋은 사람도 많지만, 일부는 ‘회사가 어렵다’, ‘경기가 나쁘다’는 이유 등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불법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개입하여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 대상 한국어 교육’(안설희: 삼성연수원 한국어강사)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네팔인 ‘찬드라 꾸마리 구룽’은 한국말이 서툴고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정신박약 행려자로 오인을 받아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다가 2000년 3월 한 정신과 교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1992년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찬드라는 1993년 11월 실종될 당시 서울 광진구의 한 섬유회사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만약 찬드라가 가지고 나온 돈을 잃어버려서 방금 먹은 음식값을 치를 수 없는 자신의 곤란한 사정을 식당 주인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더라면, 야박한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경찰에게 자신의 신분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었더라면, 최소한 한국인의 야만적인 인권유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탄압도 선을 넘은지 오래

<충남시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6일 밤11시경 천안시 성거읍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합동단속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니콜라이(48·러시아)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손목이 비틀리고 곤봉으로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외국인 등록증을 확인한 후에야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니콜라이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무엇보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라는 용어 자체에도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정도의 느낌을 주는 용어로서, 한국인과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갖게 하는 용어다. 반면 이주노동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국경을 넘어 일하는 노동자로서 단지 국적이 다를 뿐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나타내는 용어이고 중국동포 및 제3국 노동자들 모두를 포괄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참여단체 대표들
참여단체 대표들김갑수
약 3시간 후인 오후 5시 45분 경, 온양역에 도착한 행진단은 잠시 휴식을 가졌고 오후 6시 45분부터 차별철폐문화제가 개최되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이경수 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2004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충남 대행진’행사의 마지막인 ‘차별철폐 문화제’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차별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모든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노력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 남성이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자들을 차별하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차별의 문제는 자본가의 독점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독점, 권력의 독점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 이번 행사를 통해 이 땅의 모든 차별을 없애고 평등세상을 만들도록 힘써 투쟁하자”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역 노래패 ‘소리여울’의 공연이 진행되었고, 다음으로 충남대행진 참가단체 대표들의 인사가 있었다. 천안여성의전화 한희자 상임대표는 “여기 계신 남성분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성차별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고, 천안ㆍ아산환경운동 서상옥 차장은 “차별을 막을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매년 동참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이재관 소장은 “약 40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있고 그 가운데 천안ㆍ아산지역에도 1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어느새 그들은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인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습성이 있는데 이것을 버려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고학력자도 많다. 그들이 무시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값싼 동정이 아니라 같은 직장 동료로서 지켜봐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아산지구당 김영환 위원장은 “사회의 곳곳에서 발생하는 많은 차별에 대해 그 동안 너무 무관심하게 지켜본 것 같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각 부문 관련단체의 공연이 이어졌다. 천안여성의전화 김혜영 사무국장은 부부 재산 분할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고, 충남지역 노동자 문선대의 공연이 이어졌다. 장애인 부문에선 천안여성의전화 한 회원의 ‘내 이름 장애’라는 자작시가 낭송되었다. 그는 “알고 지내던 장애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라고 말했다.

내 이름 장애

세상 태어날 때 내 곁에 와버린, 내 이름 장애
항상 나의 생활 속에 환경 속에
드러나는 너는 나의 장애 장애는 내 이름
살아가는 여정 속에 고난 속에서
남몰래 눈물로 내 마음 다스려본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무관심과 편견은 시작이 도어 23년 동안을 재활원에서
외부와 차단한 채 나의 삶을 살아야 했고
오갈 때 없는 버려진 몸이기에
재활원 원장에게 지속적인 성폭력도 감수하면서
약하니까 장애니까 당해야 했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나에게 친구도 멀어져갔다
오직 가슴에 쌓여지는 아픔과 상처와 원망 속에서
유일한 나의 벗은 눈물이어라

직장에 가려고 택시를 타면 집에 있지 놀러 다니느냐 등
직장 내 편의시설에 대해 건의를 하면 싫으면 나가라는 엄포 속에서
자신의 위축됨을 느껴야 했고
장애인이 배워서 뭐 하느냐 등
내 가족, 이 사회, 이 현실 앞에 장애란 내 이름 거침돌 되어
살아가는 나의 삶이 힘겹습니다.
장애란 내 이름 평생 가슴 아리하며 살아야 합니까?

그림자처럼 꼬리표처럼 붙은 내 이름 장애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 불편입니다
바라보는 모든 이의 시선이 아픔입니다.

비록 몸은 불편할지라도 살아가는 데는 불편하지 않습니다.
차별 없는 사회에서 당당한 이름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 '헤리'씨와 그의 친구
이주노동자 '헤리'씨와 그의 친구김갑수
계속해서 이주노동자의 차별에 대해 말하기 위해 ‘안드레아 다시’ 씨와 ‘헤리’ 씨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필리핀에서 온 이주노동자 ‘안드레아 다시’ 씨는 “한국에 온지 4년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가라고 한다. 더 일하고 싶다. 도와 달라”라고 말했고,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헤리’ 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좋다. 남ㆍ녀 모두 열심히 일한다. 사장님도 정말 좋다. 그런데 월급이 한두 달 밀렸다. 여러분들이 도와 달라. 여기엔 나의 가족도 없고 인도네시아는 너무 멀다. 한국인 여러분들이 도와 달라. 우리는 오늘 천안에서 아산까지 행진했다. 우리는 차별 철폐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충남대행진 행사 영상 상영 순천향대학교 수화동아리 'BSL'의 공연이 이어졌고, 몸짓패 ‘들꽃’의 공연이 계속되었다.

‘차별철폐’라고 새겨진 글자에 불을 점화하는 것을 끝으로 문화제는 막을 내렸고, 참가단체 회원 및 아산시민들 150여명이 행사 마지막까지 동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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