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참가자 배려와 비싼 참가비 아쉬워

제3회 <오마이뉴스> 마라톤대회 참가기

등록 2004.09.20 09:10수정 2004.11.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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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아들 녀석의 "기상!"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녀석은 어제 저녁 잠들기 전에 자기가 꼭 아버지를 깨워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야 하는가? 바로 오늘(19일)이 제3회 <오마이뉴스> 광주마라톤 대회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경기도 광주 행사장까지는 약 1시간 남짓, 그러나 다음 주가 민족의 명절 추석이라 미리 성묘를 다녀오는 차량이 많아 길이 막힐 것이라는 것은 운영본부의 공지가 아니었어도 이미 이 길을 비슷한 시기에 수 차례나 드나들었던 그 동안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아이들을 챙겨 집을 나선 시각은 아침 7시. 서두른 탓일까? 막힘없이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질주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려 대회장에 도착했다.

녹색 잔디밭에 이미 여러 동의 천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앉아있을 곳을 찾아보니 아뿔싸! 어느 곳에도 개인 참가자를 위한 천막은 없다.

설치된 많고 많은 천막에는 무슨 무슨 단체를 위한 곳이라는 현수막이 빠짐없이 붙어 있어 단체 참가자가 아닌 우리 가족의 입장을 초장부터 가로막고 있다. 그런 단체 회원이 아닌 우리 가족은 두려움에 감히 천막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운영본부를 찾아 문의해 보니 개인참가자를 위한 천막은 애초부터 없단다. 이럴 수가! 이번 마라톤 대회는 단체참가자만 받았단 말인가? 거세게 항의해 봐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오마이뉴스>에 실망하는 순간이다. 참가비를 똑같이 냈음에도 기념품을 차등 지급하는 것도 모자라 앉을 자리조차 주질 않다니!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면목이 없다.


a 개막식에 앞서 생활체육인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개막식에 앞서 생활체육인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이양훈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니 뉴스게릴라를 위한 천막이 하나 있다. 에라! 나도 뉴스게릴라니까 그냥 저기 가서 앉자! 자리를 깔고 앉아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참가단체도 많고 후원하는 곳도 많다. <오마이뉴스>가 그만큼 유명해졌다는 증거이리라.

그렇다면 참가비를 조금 낮춰서라도 더욱 더 많은 달림이들이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다음 달에 열리는 <한겨레신문> 주최의 마라톤대회는 참가비가 이 대회보다 약 40%가 싸다.


정식 10km는 처음 뛰어보는 터라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는 하지만 코스는 대체로 무난했던 것 같다. 일부 오르막이 있어 힘들었다는 평도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정도야 뭐 대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주변 경치도 아름다웠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여기 저기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 것은 물론 코스 중간 중간에서 뛰는 사람을 격려해 주는 목소리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a 각지에서 모인 '달림이'들이 대회를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각지에서 모인 '달림이'들이 대회를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 이양훈


나는 이 대회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처음 도전하는 정식 10km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요강도 꼼꼼히 살펴보았고 공지사항이나 참가자들의 의견도 가볍게 흘려 보내지 않았다.

지난 대회에서 기념품으로 지급한 체육복 상의에 지나치게 광고가 많아 불만이 많았다는 지적에 이번에는 광고를 하나도 넣지 않은 주최측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대회의 실수를 내년에는 조금 더 보완하고 개선해 더더욱 훌륭한 대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a 통신지원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 무선인들.

통신지원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 무선인들. ⓒ 이양훈

첫째, 홈페이지에 여러 번 올라온 의견이기도 하지만 똑같은 참가비를 받으면서도 기념품으로 단체참가자에게만 수건을 하나 더 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정히 그리 하고 싶다면 참가비를 차등 적용해야 옳다.

둘째, 개인참가자를 위한 휴식공간이 필요하다. 말로는 가족들이 함께 와서 즐기는 대회라고 하면서 개인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을 동안 같이 온 가족들이 쉴 공간이 없다는 것은 개인참가자를 '무시'하는 것으로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

단체 하나에 만들어 주었던 천막의 열 배쯤 되는 공간을 개인참가자들을 위해 배치했어야 옳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가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도 편안하게 대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마라톤은 단체만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다!

셋째,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마라톤대회의 참가비가 통상적으로 이미 3만원(10km 기준)이 되어 있다. <오마이뉴스>도 그것을 따라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합당한 이유 없는 3만원의 참가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참가비 3만원이 기념품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 일간신문사 주최 마라톤대회 참가비는 약 40% 더 싸다. 3만원이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증거'이다.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참가를 원한다면 참가비를 낮추는 것이 맞다.

내년에는 더 나은 대회를 기대한다.

a 대회장으로 집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기자.

대회장으로 집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기자. ⓒ 이양훈


a 자랑스러운 10km 완주메달

자랑스러운 10km 완주메달 ⓒ 이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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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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