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우리 교회 하느님께 버림받는다"

[주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의의 국보법폐지 반대에 대하여

등록 2004.09.21 16:01수정 2004.09.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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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국보법 폐지에 반대성명을 내신 기독교대한감리교 감독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하느님을 신앙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교회는 아무리 사회가 부패해도 마지막 양심세력의 보루가 되어야 하고, 교회 지도자들은 선과 악의 평행력을 유지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분들이십니다. 감독님이라는 분들이 과거 권력과 타협하며 자기보신에 급급했던 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똑같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과거 독재정권에 권력안보 차원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의 사슬에 얽매여 체포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해 왔습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많은 인권유린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교회는 어떤 입장이나 태도를 취했습니까? 적당하게 눈을 감고 침묵하지 않았습니까? 대신 교회성장에만 몰두해 왔습니다.

a 언제 이 분단의 철조망이 사라질 것인가?

언제 이 분단의 철조망이 사라질 것인가? ⓒ 박철

한국교회의 목표와 과제는 오직 전도밖에 없습니다. 교회 본연의 사명인 선교를 전도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수치이고 비극입니다. 전도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을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도가 중요하기는 하나 선교와 동의어가 아니고, 선교의 일부일 뿐입니다.

선교란 보다 광범한 개념으로서 하느님이 이 세상을 구원하고 해방하기 위하여 역사상 행하시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교는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심리적 속박, 그리고 정신적·종교적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며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구현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 아닙니까?

한국교회는 인권, 사회정의, 민주화, 화해와 통일, 평화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병폐입니다. 젊은이들은 교회에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둥지를 떠난 새처럼 교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선포하는 하느님의 정치는 인간의 정치가 초래하는 모든 부정적 현상과 질서를 전도시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정치의 이상의 빛에서 인간의 정치를 비판하며 필요하면 항거하고 혁명하는 사명이 기독교인들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나 정치권력에 대한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정치에 대하여 기독교인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정치가 하느님의 정치에 가까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독교인의 정치적 사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정치란 관점에서 볼 때 세계평화의 위협은 물론 한국사회의 모든 악의 모순, 즉 억압과 착취, 인권유린과 불평등, 군사주의와 군부독재 유물인 국가보안법 철폐는 기독교인의 사명이요, 한국교회의 사명이 되어야 합니다.


a 분단의 철조망 사이로 가을 들국화가 피었다.

분단의 철조망 사이로 가을 들국화가 피었다. ⓒ 박철

교회는 사회 정의의 수립을 위해 예언자 노릇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고 신뢰하는 하느님은 "정의를 세워 구원을 이루는 하느님"(이사야 45:21)이고 가난한 자, 억눌린 자, 나그네를 압박하는 자들을 심판하는 하느님이십니다. 지극히 작은 소자 한 사람을 돕지 않는 것은 자신을 돕지 않은 것이라고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마태 25:40,46)

국가보안법은 반 그리스도적 악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갈라진 겨레를 적대시하고 국민의 인권을 탄압했을 뿐 아니라, 정권안보의 도구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민족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삶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의 논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런 악법을 존속해야 한다는 현 감독님들의 주장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체제유지를 위해 악용되어온 악법을 두둔하고 국가보안법이 마치 이 나라를 지켜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역사적인 역사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 감독님들은 국가보안법의 존속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 세계는 다양한 분쟁과 전쟁에 시달리고 있으며 남북이 아무리 화해와 협력을 위해 관계 개선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남북관계를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 과거에 비하면 북한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 성명서에서 아직도 경직된 반공이데올로기에 붙들려 있고, 거기에다 더욱 딱한 것은 현실과 역사를 정적으로 이해한 나머지 북한의 사회주의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마치 분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갈 정도입니다.

a 철책 전방 출입 시는 반드시 지뢰덧신을 신으시오.

철책 전방 출입 시는 반드시 지뢰덧신을 신으시오. ⓒ 박철

교회가 사회를 이끌고 가야 하는데 거꾸로 질질 끌려 다니는 형국이니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 현 감독님의 돌출행동을 보면서 참으로 교회 지도자들을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각인시켜 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찌 한국교회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낡은 메시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교회는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부름을 받고 보냄을 받은 존재인데, 부르고 보낸 분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그런 교회는 맛 잃은 소금, 열매 맺지 않는 과일나무와 같습니다. 맛 잃은 소금의 운명은 길바닥에 버려져서 사람들 발에 밟히게 되고, 땅만 썩히고 열매를 맺지 않는 과일나무는 찍혀 불에 던져져서 불타 죽을 것이라는 것이 예수님의 경고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전하지 못하는 교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교회, 이런 교회는 주인인 그리스도에게 버림받게 되고, 결국 쇠퇴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시는지요.

모처럼 가을 날씨답게 하늘은 높고 푸른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칙칙하기만 하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바로가기'- 감리교 감독 국보법 철폐 반대성명 발표 기사

(성명서)국보법 폐지할 시점 아니다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둘러싸고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대담에서 보안법은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발언이 있은 이후 여당은 폐지안을 상임위를 통해 발의 상정시켰고 제 1야당은 극력 저지로 맞서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지금 폐지할 시점이 아니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노선으로 택하고 있는 이상 우리가 먼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대법원의 폐지론 비판 그대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은 국보법 폐지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설사 국보법이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그 조항을 바꾸거나 없애면 되지 왜 법 자체를 몽땅 없애려 하느냐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한이 대남적화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국보법을 폐지하라는 것은 남한에서도 공산당 활동을 허용하라는 것이며 이는 곧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라의 체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할 수 없으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 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비판을 우리는 공감하며 국보법 폐지에 심각한 우려를 보내며 국민의 뜻을 다시 한번 경청해 주기를 바란다.

폐지 시점이 도무지 맞지 않는다. 국군이 휴전선에서 북한군을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두고 더구나 이념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이 시점에서 국보법 폐지를 서두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북한 노동당 규약의 변화가 있을 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문제를 고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이 때 국민의 설득과 동의 없이 밀어 붙이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국보법 폐지가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무신론에 젖어온 공산사회주의자들이 활개 칠 마당을 열어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국보법을 완전 폐지할 시점이 아니다. 아직은 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낼 때가 아니다.
2004년 9월 14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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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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