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위원장은 "과거 청산이 싫고 그것을 주장하는 저와 의문사위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친일진상규명에 대해 부정적 논조를 유지해온 <조선>과 <중앙>이 지난 18일과 20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한 한상범 의문사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자 당사자인 한 위원장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친일진상규명이나 친일파 부정축재 몰수나 과거 청산이 싫고 그것을 주장하는 저와 제가 소속된 기관이 못마땅하다는 얘기"라며 "그러한 분풀이로 제 발언을 이상하게 조립해 개혁과 민주화의 흐름을 가로막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은 지난 6월 30일 의문사위가 비전향 장기수 3명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 "간첩과 빨갱이를 민주인사로 둔갑시켰다"며 이른바 '7월소동'을 일으켰다.
한 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여권의 친일진상 규명과 국보법 폐지 등의 개혁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뿐만 아니라 의문사위를 향한 그들의 본능적인 적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조선의 독설과 빈정거림
이번에도 중앙이 먼저 치고 조선이 따라오는 양상을 보였다. 먼저 중앙은 지난 18일 '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 발언 파문'이란 기사를 통해 "한 위원장이 정밀한 증거제시 없이 독설 보따리를 풀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정밀한 증거제시 없이" 쏟아낸 한 위원장의 발언으로 "국보법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한다는식으로 떠드는데 보안법으로 나라를 지키는 국가가 어디 있느냐", "해방 후 친일파들이 은닉한 일제 잔당의 보물·금은붙이 등이 이승만을 돕는 정치자금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일협정 교섭을 하며 일본업계로부터 6600만달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를 할 때 일본 대사관에 미리 알렸다" 등을 언급했다.
중앙은 특히 기사 끝에 "대통령·총리가 막말을 하더니 의문사위원장까지 막말을 내뱉고 있다, 이런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의문사위원장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의문사위원장을 공격했다.
또한 중앙은 '막말이 판치는 세상'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막말의 주범'으로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 위원장을 거론한 뒤 "도대체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의문투성이 의문사위원장"이라고 빈정거렸다.
조선은 중앙의 보도 이후 뒤늦게 사설(20일)을 통해 그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제목은 '의문사위원장의 증오와 원한과 자학'이다.
조선은 "대한민국을 이토록 자학하고 증오하는 사람이 어떻게 과거사를 조사하고 판정하는 책임자 자리를 맡을 수 있었을까"라며 "바로 이런 자학과 증오 때문에 과거사를 관장하는 자리에 발탁된 모양인데, 국민들로서는 누구 손에 칼을 쥐어준 격으로 등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라고 적대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조선은 이어 빈정거리는 투로 "대통령 직속기구의 책임자가 '몰아 죽였다' '쏴 죽였다' '말아 잡수시고' 등의 상스러운 표현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걸 보면 역시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며 한 위원장의 표현까지 물고넘어졌다.
"제 입맛에 맞도록 일부를 가려 뽑아 몰아치는 상투적 수법"
▲한상범 위원장의 공청회 발언을 문제삼은 지난 18일자 <중앙> 보도.중앙 PDF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중앙의 기사는 그야말로 파문을 유도한 기사"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중앙은 지난 7월 2일자에서도 6월 30일 의문사위 결정에 대해 '빨치산·간첩을 민주투사로 둔갑시켰다'는 방식으로 의문사위를 용공 좌경으로 몰아쳤다"며 "이번 보도방식도 남의 말이나 글 중에서 제 입맛에 맞도록 일부를 가려 뽑아서 몰아치는 상투적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중앙이 "상생 어쩌고 떠드는 사람들 정체부터 의심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물고넘어진 것에 대해 "친일파문제 전문가로서 근자에 과거 청산을 발목잡고자 '상생' 명분을 악용하는 일부 인사나 언론에 대해 말했지, 무조건 상생 떠드는 사람은 잘못되었다고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친일파의 아류들이 상생을 내세워 (개혁의) 발목을 잡거나 김빼기를 한다. 상생에도 순서가 있다. 사죄하고 행동으로 나타내고 국민이 용서했을 때 상생이 가능하다. 수구세력은 개혁노선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상생을 내세우곤 한다. 그런 상생은 잘못됐다고 얘기한 것인데 이를 트집잡은 것이다."
한 위원장은 특히 '정밀한 증거 없이 독설 보따리를 풀었다'는 중앙의 보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자기 자신만 모른다고 해서 남이 논평하는 것에 대해 '정밀한 증거 없이' 한다고 단정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역공을 폈다.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협정 교섭을 하면서 일본 업계로부터 6600만달러을 받았다는 발언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일본 대사관에 미리 알렸다는 발언 등은 최근 비밀문서 해제로 공개된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문건과 박선원 박사의 <1980년 신군부 등장과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영국 워릭대 박사학위 논문에 언급된 내용들이다.
또한 한 위원장은 "건국 직후 우리나라의 법원·검찰을 장악한 법조 관료의 대개가 친일파"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일제하 관리로 친일(親日)했던 사람들의 행적에 대한 문제는 비단 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재학·장경근·임철호·이익홍 등 자유당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의 친일행적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우리말 쓰는 것까지 트집을 잡나"
▲뒤늦게 한상범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삼은 지난 20일자 <조선>의 사설.조선 PDF
이어 한 위원장은 조선의 '악의적인' 사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의문사위원장의 증오와 원한과 자학'이라는 제목과 관련 "친일파의 반민족성과 반민주성의 행적에 대해 애정을 지닐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자는데 있어 역사적 사실을 노출하면서 비판하는 것을 '자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조선이 자신을 "대한민국을 자학하고 증오하는 사람"으로 단정지은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대한민국이란 정부기구를 잘못 운영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침해한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자들'의 과거사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친일반민족 행위자나 그 후손 및 아류나 추종배로서 독재에 기생해 부정축재해 호의호식한 자가 민주화를 반대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 위원장은 자신이 "상스러운 말"을 썼다는 지적에 대해 "한자로 '사살'(射殺)은 우리말로 '쏴 죽인다'이고 '타살'(打殺)은 '때려 죽인다'"라며 "저는 수십년 전부터 한글쓰기 운동을 해왔는데 조선과 중앙은 말·글 쓰는 것까지 트집을 잡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한 위원장은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국보법은 완전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보법의 존립이 안보를 보장해주진 않는다"며 "현행 형법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 | "친일파 문제는 1945년에 끝난 게 아니다" | | | 한상범 위원장의 '친일파 재산환수법 공청회' 토론 요지 | | | | 다음은 한상범 의문사위원장이 지난 17일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최한 '친일파 재산환수 특별법'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한 토론요지다.... 편집자 주
"친일파 매국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헌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만큼 임시정부가 공포한 1941년의 건국강령과 1948년 제정된 헌법 전문과 부칙 101조에 정한 바대로 친일 반민족행위는 범죄이다. 특히 친일파가 매국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범죄로 인해 취득한 '장물'이다.
친일파 후손의 재산 반환소송의 실태를 통해서 나타난 추악상의 한 예로서 송병준 자손의 재산반환 소송을 보라. 1990년대 물의가 야기되자 국가에 반환한다고 하면서 소동을 피웠으나 그 후에 어떻게 되었나? 지금 부평지역 부지반환 소동도 똑바로 주시해야 한다.
'상생'이란 명분·구실로 개혁추진의 발목잡기가 되어선 안된다. 친일파 부류의 독재권력이 폭정시절에 탄압을 자행할 때에 독재권력을 행사한 자가 '상생'하자고 했나? 그들이 과거를 참회하고 용서를 빌어서 비로소 상생도 될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상생'하자고 해서 과거를 흘려보내나? 지금 상생을 구실로 과거를 감추고 민주회복의 추진을 가로막아선 안된다. 누가 왜 상생을 내세우느냐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
친일파 문제는 1945년까지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일제 패망 이후에도 그들은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미 군정에 편승, 야합하고 이승만의 실세가 되고 군사독재의 하수인이 되었다. 특히 일제 패망 후 8월 15일부터 9월초에 미군이 상륙해 일본 제국지배를 종결시키기 전까지 공백기에 일제 총독부와 군부는 기밀문서를 소각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친일파는 일본인 재산의 은닉 보관을 도왔고, 그 일부 자금이 이승만 등의 정치자금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일본인 재산관리와 불하과정에서 친일파 역할을 봐야 한다. 일제 재산 중에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은 미 군정에서 관리하다가 정부 수립 후에는 '귀속재산'이라 하여 정부가 인수해 관리하면서 개인에게 불하하면서 친일관료와 야합한 부류가 축재했다.
특히 군사정권 하에서 박정희는 미국 기밀문서 공개를 통해 폭로되었듯이 한일협정 체결(1965년) 이전에 이미 6600만달러를 은밀히 받아먹었다. 박순원 교수가 영국 워릭대학에 제출한 논문에 의하면 전두환은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본 대사관과 일본 우익의 대부 세지마 류조에게 통고하였다고 돼있다. 이처럼 친일문제와 부정축재 문제는 현재의 문제이다.
정부 수립 후 한국정부의 고위관료와 사법관료는 상당수는 일제시기 관료다. 특히 법조관료가 그렇다. 그러므로 친일파가 일찍부터 법제와 법기술 및 법절차를 토해서 재산을 챙겼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친일파의 매국 대가의 재산보존이 친일기득권 부류 활동의 물적 기반이 되어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화는 일제 잔재 청산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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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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