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조장하는 수구언론들

등록 2004.09.22 01:54

수정 2004.09.22 16:53

영화 <화씨 9/11>에는 부시 행정부가 테러라는 공포를 이용해 미국국민들을 조종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사람을 두렵게 만들면 자신의 의도에 따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공포의 효과’다.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잊을 만하면 다시금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에 대한 끊임 없는 경고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로 그들이 벌이고 있는 침략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묶어 두려 하고 있다. 부도덕한 자들이 사용하는 더러운 수법이 바로 ‘공포의 조장’인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 역시도 공포를 조장하는 주장이다.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닐 것 같은 공포감이 들면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에 매달리게 된다.

국가보안법만이 우리를 ‘붉은 공포’에서 구해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게 된다. 과거 독재 정권이 정권의 위기 때마다 간첩단 사건을 터뜨린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지금 수구언론들이 그 짓을 하고 있다. 그들은 언론을 십분 활용해 독자들에게 국가보안법에 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 9월 8일자 [사설] 국가보안법 논쟁의 정상화를 위해서**

그렇다면 국보법이 완전 폐지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한국 국민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한국 내에서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을 마음 놓고 전파하는 행위도 제재할 수가 없다. 방송과 신문에 김정일 정권을 찬양하는 프로나 글이 나와도 그만이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물론이고 서울 한복판에 주체사상연구소를 차려 놓고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학습시켜도 말리지 못한다. 전국 주요 도시에 일제히 인공기가 휘날리고 적기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일성 추모 집회가 열려도 경찰이 막을 수가 없다.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려도 속수무책이다. 국보법이 사라지면 송두율씨가 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이라도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 조선일보 9월 8일자 [사설] 국가보안법 논쟁의 정상화를 위해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때를 맞추어 경찰청에서는 인터넷 공간에 43개의 친북 사이트가 활동 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은 마치 큰일이라도 터진 듯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정말 큰일이 난 것일까.

인터넷 공간의 친북 사이트 43개로 나라의 존립이 위험해졌을까. 그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수구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고 나면 은연 중에 친북 사이트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조장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자기 최면에 걸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수구 언론들의 공포 조장술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구 언론들이 조장하는 공포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관계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북간의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수구 언론들은 금강산과 연결된 육로를 통해 북한이 쳐들어 내려올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해 금강산 육로 개통을 가로막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웃고 넘어갈 해프닝이겠지만 당시는 수구 언론들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그 육로를 통해 수많은 남측 관광객이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관람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우리가 놀랄 만한 더욱 더 다양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만들어 낼 것이며 민족의 통일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우리가 과거를 돌이켜 보며 국가보안법 폐지로 인한 공포감 조성에 호들갑스럽게 앞장선 수구언론의 모습을 과거의 해프닝으로 회상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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