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권우성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화가 유일 대안...파업도 검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현대차 노조의 입장은 단호하고 명쾌하다. 명백한 불법파견임이 정부에 의해 확인된 이상 반드시 파견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성취해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급단체인 금속연맹과 오는 10월초부터 공동투쟁 방안을 마련하고 기자회견까지 가질 계획이다. 이미 금속연맹, 비정규직노조, 현대차 노조 등을 결합한 연대회의도 결성한 상태다.
김영섭 현대차 노조 비정규직 부장은 "대외적으로는 파견법 확대 입법안과 불법파견 판정 엮어 상급단체 등과 공동 투쟁하기로 했고, 내부로는 대의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뒤 현장의 조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노조는 만약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회사쪽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사쪽이 좀처럼 양보안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 "개선계획서 제출 요구는 노동부가 자본에 결탁하는 모습"
김 부장은 "사쪽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뽑아서 정규직으로 일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법으로 고용해왔기 때문에 정규직화 요구는 당연하다"면서 "회사가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총파업으로라도 돌파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현대차 노조는 노동부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노동부의 이번 시정명령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섭 부장은 노동부를 향해 "주관적 판단도 못 내리고 자본에 결탁하는 형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최근 노동부는 공청회에서 불법파견이 사실로 드러나면 직접고용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겠다고 해놓고선 지금와서 개선계획서를 받도록 하겠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정부의 재벌봐주기 경향을 질타했다.
사쪽, 사회적 분위기·노조 요구 등 종합 검토...적정선 타협으로 정리할 듯
[현대자동차] 노동부와 노조의 협공에 현대차 사쪽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 할 경우 1000여억원에 달하는 비용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불법으로 판정을 내린 노동부의 개선계획서 요구와 관련해서도 "미국, 독일, 일본도 이 정도의 유연성은 보편화 돼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모두를 정규화하면 수출이 죽었을 때 그때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법상 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세계 어느나라 자동차 회사도 이런 근로형태는 다 가지고 있다"며 노동부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경쟁국 고용사례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나름의 해법을 내놓을 방침이다. 노조의 요구도 전적으로 무시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물론 전적으로 수용하지도 않을 계획이다. 노조의 요구, 사회적 분위기, 노동부의 명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타협안을 제시한다는 내부 방침이 대략 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회사쪽으로서야 100% 무시하며 버티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보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불을 당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좋은 선에서 타협을 보지 않겠느냐"고 결과를 어느 정도 낙관했다.
이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노조도 비정규직의 전적인 정규직화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규모로 정규직화 된다고 가정할 때, 수출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정규직 자신들이 해고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최소 인원만 정규직으로 유지하고 부족인원은 파견근로 쪽으로 운영하는 것을 노조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