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사기를 쳐도 되는 겁니까"

휴대전화 공짜로 준다며 소비자 현혹 사례 늘어 피해 확산 우려

등록 2004.09.23 17:41수정 2004.09.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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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남소연
공짜단말기를 준다며 소비자를 속여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부당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이나 길거리, 인터넷 등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짜 또는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값을 다 치르도록 하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유형은 가판에서 공짜로 단말기를 준다고 해서 구입했으나 나중에 요금 청구서에 단말기 할부대금을 청구하는 경우다. 또 요금이 저렴한 자사로 번호이동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요금수준이면 단말기 할부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요금 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단말기 할부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쓰시던 요금 그대로 핸드폰은 공짜'라는 광고 문구에 속았다"

지난 8월 중순경 김모씨는 강남역 지하도에 마련된 한 이동통신사의 가판에서 요금이 싼 자사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지금 내고 있는 요금수준이면 최신형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번호이동을 신청했다. 당시 가판에는 "쓰시던 요금 그대로 내면서 핸드폰은 무료로 가져가세요"라는 광고문구가 걸려있었고, 판매원도 단말기가 '공짜'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 김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달 후 집으로 날라온 요금 청구서에는 공짜라는 약속과 달리 버젓이 단말기 할부금 2만2000원(24개월 할부)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요금도 번호이동전에는 월평균 4만원에 불과했지만 청구서에는 단말기 할부금 포함, 6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돼 있었다.

이동통신사 판매원은 자사의 요금이 싸기 때문에 기존 요금과의 차액이면 단말기 할부금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요금 할인 효과가 미미해 김씨는 종전과 같은 수준의 휴대전화 요금은 물론 추가로 단말기 할부금까지 물게 된 것이다.


김씨는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때 내가 사인을 하고 난 다음 직원이 신청서에 뭔가를 체크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단말기 할부요금 청구에 대한 사항이 적혀있었다"며 "이동통신사들이 사기를 쳐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김씨에 따르면 판매직원은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명의도용을 종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개인 신용문제로 가입이 되지 않자 판매원이 주민등록증 사본만 있으면 문제없으니 주위사람들 중 주민번호 아는 사람 없느냐고 가입을 유도했다"며 "결국 주민등록증 사본도 없이 형의 명의로 가입했다"고 밝혀 가입절차 상의 불법 문제도 지적했다.


성인을 청소년 요금제로 현혹해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어

오마이뉴스 이승훈
부산에 사는 이모씨도 공짜로 휴대전화를 준다는 말에 속아 피해를 당한 경우다. 이씨는 지난 3일 은행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가 한달에 4만2500원(2년 약정)만 내면 최신 휴대전화와 함께 무료통화 2시간 20분을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번호이동을 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씨가 가입한 요금제는 청소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2시간20분의 무료통화도 추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2시간20분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 추가로 요금을 내고 충전해야만 통화가 되는 요금제였던 것이다.

이씨는 "4만원이 넘는 요금에도 한달에 2시간20분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면 왜 가입을 했겠느냐"며 "성인이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된 것도 이상하지만 그 요금제에 대해 전혀 설명해 주지 않고 공짜로 단말기와 무료통화를 주는 것처럼 말한 것은 소비자를 속인 것 밖에 안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통신위원회 통신민원센터, 소비자 보호원 등에는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늘어가고 있지만 통신위의 집중적인 감시활동에도 관련 피해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신위는 지난 9월 초, 은행이나 길거리, 또는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예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피해 예방하려면 판매원들의 선전 꼼꼼히 따져봐야

통신위가 조사한 휴대전화 부당 판매 사례

① 기본료가 낮으면 통화료가 비싸고 기본료가 높으면 통화료가 낮은 이동전화요금 구조를 잘 설명하지 않고, 타사의 높은 기본료와 자사의 낮은 기본료만을 비교 설명하여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 또 반대로 기본료가 낮고 통화료가 높은 경쟁사의 요금제를 쓰고 있는 이용자에게는 자사의 통화료가 낮다는 사실만 중점 부각시킴.

② 타사의 요금제를 과거 인하전의 요금을 적용해서 비교하는 사례. (기본료 14,000원, 통화료 20원/10초인 경쟁사의 표준요금제를 15,000~18,000원, 21원/10초로 계산)

③ 기본료 35,000원에 평일 200분과 휴일 400분의 기본통화를 주는 요금제를 설명하면서 평일․휴일을 구분하지 않고 “기본통화 600분(10시간)을 준다”고 안내하는 사례.

④ 2005년 12월 31일까지만 가입과 사용이 가능한 요금제에 대해서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하는 사례.

⑤ 미성년자에 한해 가입이 가능한 청소년요금제를 성년에게도 가입이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는 사례.
통신위 조사결과 이통사의 판매원들은 우선 '단말기 공짜'라는 광고문구를 내걸고 관심을 보이는 고객에게 "한달에 이동전화요금 얼마나 쓰느냐", "자사로 옮기면 한달에 얼마씩 요금이 절약되므로 몇 개월이면 단말기를 공짜로 얻는 셈"이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양사간 요금을 비교 분석해보면 판매원이 설명한 만큼의 요금차이가 나지 않아 도저히 단말기 할부금까지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단말기 저가판매를 의심하지 않고 판매원들의 감언이설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가판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동전화 가입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판매업자들이 '반짝개업'을 하고 사라져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소재를 밝히기도 어렵다.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판매업자들의 공짜 및 저가 단말기 판매 선전에 대해서는 구매 전에 일단 의심을 가지고 사실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하고 있다.

요금제의 경우에도 평소 자신의 통화량과 통화습관 등을 고려해 기존 요금수준과 사업자를 옮겼을 경우의 요금수준을 꼼꼼히 비교해야한다. 각 사별 요금수준은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서 이동전화최적요금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사후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가입신청서를 자신이 직접 끝까지 작성해야 하고 신청서 사본은 반드시 보관할 필요가 있다.

통신위 시장감시활동 강화하고 사업자 제재여부도 검토

통신위도 시장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위법 사실이 나타나면 사업자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양동모 통신위 조사1과장은 "자체적인 시장감시활동 결과 현장 판매원들의 무리한 실적올리기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이통사들에게 부당 행위를 중지하고 판매원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을 명령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부당 판매 행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조사를 계속 진행해 사업자의 위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10월에 예정된 통신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 제재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지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장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판매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당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통사들이 예방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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