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문열의 제안은 속임수일 뿐이다

이문열의 제안하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보완론의 허구

등록 2004.09.24 00:34수정 2004.09.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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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보수'로 비판받아 온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16일 중앙일보 기고 시평 '슬픈 남반부의 노래'를 통해 "한나라당은 보안법 폐지에 선선히 동의해주라"는 다소 의외의 제안을 했다. 이씨는 글 속에서 보안법 폐지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 '자칫하면 정신적 내전에 들어갈까 겁이 난다'며 이같은 제안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기고 글에서 "다른 경기와는 달리 이 '정치'란 종목에서는 양쪽 모두 이기는 수도 있다"라며 여야의 통큰 타협을 주문했다. 국가보안법 개폐의 논의가 '인권과 안보의 충돌'이라고 규정한 이씨는 한나라당이 인권 수호의 대의를 인정하고, 열린우리당 역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양쪽 모두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타협 지점은 바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형법의 보완 개정이었다.

중앙일보 9월 16일자 [중앙시평/이문열] 슬픈 남반부의 노래
중앙일보 9월 16일자 [중앙시평/이문열] 슬픈 남반부의 노래언론비평웹진 필화
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의의 본질은 인권과 안보의 충돌이었다. (중략) 여당은 먼저 형법의 어떤 조항을 어떻게 개정하여 보안법 없이 안보의 공백을 메울지를 제시하라. 인권을 확보했으면 안보의 우려도 해소해주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리고 야당은 여당의 형법 개정안이 우리 안보를 담보할 수만 있다면 보안법 폐지에 선선히 동의해주라. 법의 이름이야 어떠하건 안보란 실질만 확보하면 되지 않는가. 다른 경기와는 달리 이 정치란 종목에서는 양쪽 모두 이기는 수도 있다. (중앙일보 9월 16일자 [중앙시평/이문열] 슬픈 남반부의 노래)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은 이문열씨의 주장을 화제의 기사로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 인사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제안했으니 화제가 될 만도 하다. 프레시안 역시도 이씨의 제안이 여야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하며, 이씨의 긴급제언을 수용할지 여부는 결국 한나라당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문열씨는 냉전시절에 큰 피해를 본 불우한 개인가족사를 갖고 있는 작가다. 동시에 대표적 보수인사인 그의 제언을 과연 여야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형법 개정 또는 대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씨의 긴급제언을 수용할지 여부는 결국 한나라당 몫이 된 셈이다. (프레시안 9월 16일자 기사 <이문열, "국보법이란 이름에 매달릴 필요 없어"> )

그러나 우려스러운 바는 이씨의 국가보안법 폐지 제안이 결국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삼국지를 완역한 작가답게 '국가보안법을 실질적으로 지키기 위한 계책'을 한나라당에 알려준 셈이다. 한나라당이 '양보'라는 신사적인 행위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얻어내고, 그것을 십분 활용해 국가보안법의 법조항들을 형법으로 옮기도록 '압박'을 가하라는 것이 계책의 핵심이다. 즉 대타협을 명분으로 '형법의 국가보안법화'를 이루어내자는 의도인 것이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형법을 보완하여 안보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형법을 보완해 국가보안법의 법조항을 되살리려면 뭣하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기만 행위일 뿐이다.


이씨는 열린우리당 내의 사실상 국가보안법을 존속시키려 하는 기회주의 세력의 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내의 '형법 보완파'에 호응하고 나서 국가보안법 조항들을 실질적으로 지켜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국가보안법 사수를 위한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으니 퍽이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문열씨의 계략은 실패해야 한다. '조건없는 국가보안법 폐지'만이 정답이다. '형법보완'이니 '대체입법'이니 하는 제안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대체하여 마련된 갖가지 법조항들은 또 다시 통일을 가로막고, 분단을 영구히 고착시키는 법적·제도적 수단이 되어 수구냉전세력들에게 활용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바라는 세력은 수구냉전세력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다시 각인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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