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라소나무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
이 답을 본 광해군의 진노로 임숙영은 삭과(削科)의 위기에 처한다. 그렇지만 직언과 고언을 보장하기 위한 원로대신의 만류로 삭과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편, 왜군의 모략에 휘둘린 조정의 명령을 거부한 이순신은 삭탈관직을 당하고 죽음 직전에 이른다. 반면에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곧이곧대로 조정의 명령을 따른 원균은 조선 수군의 대부분을 잃고 몰락을 자처한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지 알면서도,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올바른 일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조선은 과연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존속할 수 있었을까? 임숙영과 이순신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크게 쇠약해진 조선이 그 후로도 300년을 더 지속할 수 있었을까?
사즉생의 리더십을 개인의 인성 차원으로 본다면 좁은 시각일 것이다. 시대적인 위기감으로 촉발된 언로 보장 시스템이 있었음을 임숙영 외에도 많은 선비들이 내놓은 대책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현대의 CEO격인 임금이 시대적인 위기의식을 공감하지 못하고, 감히 하늘같은 임금을 향한 발칙한 발언과 행동을 포용할 체계가 없었다면 임숙영과 이순신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재 활용의 리더십
<징비록>에 따르면 이순신은 무과에 급제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진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정에 줄을 대면 진급이 빠를 수 있었지만, 이순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이 왜 왜구의 침략을 받았고 그 대책이 부족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적시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지 못하고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지 못하는 지도자들의 탐욕과 무능력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의 예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책문>에 나오는 많은 '대책'의 내용들은 '사람을 모든 일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간언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은 인재를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책문>의 선비들이 공통으로 간언하는 것은 '인재 스스로가 등용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즉, 인재들이 국가와 백성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을 갖게 하는 것이 왕의 역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인 왕이 먼저 덕과 지혜를 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평적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