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목에서 암시하는 ‘주말’이라는 개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에게는 주말이라는 것이 평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저자 또한 그렇게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주말’이 ‘주말’답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맞이하는 주말들의 풍경은 매번, 매주 다르다.
“그렇게 나는 주말을 기다린다. 주말은 압도적이다. 매주마다 남쪽 나라의 섬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기분. 하기야 우리는 둘 다 활동적인 편이 아니라서 실제로는 차분하기 짝이 없다. 내내 잠만 자거나, 할인 매장에 가는 정도.”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이라고 해서 번쩍번쩍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지는 않다. 저자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의 재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있고, 결혼과 가정 그리고 남편을 바라보는 에쿠니 가오리의 시각을 느껴보는 것이다.
평일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 쉬는 남편과 지내면서 비록 티격태격 싸움으로 가득하지만 주말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를 가져보는 에쿠니 가오리. 그녀는 나름대로 결혼이라는 것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서도 그만의 의미를 찾아보는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단상으로는 ‘풍경’, ‘어리광에 대해서’ 등이 있다.
“우리는 그 자리에 나란히 앉아 유리창 너머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지금 남편의 눈에는 어떤 풍경이 비칠까,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음료를 마신다. 집안에 있어도 비슷하다.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나는 남편의 머리를. 남편은 현재를, 나는 미래를. 남편은 하늘을, 나는 컵을.”
“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중에서
저자의 말대로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또한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끌리는 것은 서로 다른 풍경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도 마찬가지. 결혼과 남편 그리고 가정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시각은 우리가 책에서 많이 느끼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재밌다.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에쿠니 가오리가 그린 풍경을 더하는 과정은 ‘하나와 둘 사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소담출판사, 200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