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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를 통해 공공시설물의 여자화장실 좌변기 숫자를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숫자만큼 늘려야 한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사실 필자도 평소엔 이러한 사실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 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휴게소 여자화장실에서 그 심각성과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극심한 정체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28일 저녁,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대전을 지나 위치한 대형 휴게소에 들렀다. 식당과 매점을 지나 화장실 쪽으로 가는데 여성분들이 50M 이상 길게 줄을 서있는 것이 아닌가. 추석이라 무슨 이벤트 행사라도 벌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화상실 앞에 와보니 그 줄은 다름아닌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었다.
여자화장실은 사람이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혼잡했고 장애인용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앞에도 애타는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는 여성들이 늘어서 있었다. 순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난감한 것인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입구에서 “ 정성을 다해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 라는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힘들고 어렵고 대단한 것만을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고객이 느끼는 좋은 서비스는 정말 필요할 때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음악과 향기가 흐르게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서비스가 되어버렸다.
명절연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고객이 한꺼번에 몰릴 수도 있고 여자화장실의 좌변기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예상했다면 주차장 한켠에 여성고객을 위한 이동 화장실을 임대하여 설치하는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강구하기위해 노력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고객의 생리작용을 볼모로 하는 무사안일주의는 제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04년 추석 명절에 귀성 전쟁에 더해 화장실 전쟁까지 치른 여성분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하나씩 생겼을 것이다.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어렵지만 한 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진정한 고객 서비스는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젠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의 시대가 아니라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의 시대인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해주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수준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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