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배가 고프면 재롱을 선보이기도 한다.김훈욱
다가오는 정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먹이를 주지 않아 배가 고프면 재주도 넘곤 했다. 그리고 태도 변화가 너무나 분명해 먹이용 작은 물고기를 많이 넣어 준 날은 수족관에 다가가도 반가운 표정도 없이 멀뚱멀뚱 딴전만 피울 뿐이었다.
욕심 많은 인간
처음에는 이 물고기가 험상궂게 생겨 이웃 어르신께 드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한다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먹이를 주며 키우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고기를 키우게 되면서 일상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사자가 잡아먹으려고 하면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도망가던 얼룩말이 한 마리가 사자에게 잡아먹히게 되면 더 이상 도망을 가지 않고 사자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사자 또한 사냥을 할 생각이 없는지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전문가에게 들었지만 내일 먹을 것을 미리 저축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내일 먹을 정도가 아니라 내가 먹을 만큼은 이미 충분함에도 남의 것까지 빼앗아 모아둔다. 물론 다람쥐 같은 경우 먹이를 집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겨울잠 등을 대비해서라고 한다.
물고기도 먹이가 많다고 한번에 많이 먹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많은 먹이를 주어도 배고플 적마다 항상 주기적으로 일정량만 먹었다. 그것도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며칠에 한번씩만 먹는 것이었다.
큰 고기의 지혜
큰 고기의 동작은 아주 느려 보였다. 그렇지만 작은 고기는 큰 고기의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을 쓰며 신속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라면 큰 고기는 도저히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