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덜란드 노조의 강경투쟁 배경은? | | | |
| | | ▲ 네덜란드에 우파의 바람을 불고왔다가 피살된 핌 포르타운 | | 네덜란드는 모든 사회경제정책을 노사협약을 통해 정하고 운영하여 성공적인 사회협약 모델의 국가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2002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서 네덜란드는 급격한 변동에 들어갔다.
노사정 간의 합의문화가 장기간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정치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연정을 이뤄왔는데, 모든 사안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뿐 정부 정책에서 분명한 색깔이 사라져버렸다는 비판이 솟구쳤고, 그런 비판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네덜란드 국민의 비난으로 이어졌다.
그때 좌파와 우파를 모두 비난하면서 네덜란드 사회의 대수술을 부르짖으면서 핌 포르타운이라는 한 대학교수가 정계에 진출해서 네덜란드를 격변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헤이그의 엘리트들이 현학적인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아 2월 지방 선거에서 로테르담 시를 장악하고 5월 총선에서 단숨에 최대당으로 등극을 노렸다. 그러나 핌 포르타운은 선거를 9일 앞두고 한 환경운동가에 의해 피살되고 말았다.
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운 정당 LPF는 기독민주당에 이어서 제 2당으로 등극하였고, 집권연정 노동당과 자유당, 민주주의 66은 의석을 절반이상 잃으며 참패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에는 기독민주당의 당수 얀 페이터 발컨엔더를 수상으로 세우고, LPF, 자유당이 우파 연정을 구성했지만, 지도자가 없는 LPF가 후계자 싸움으로 날을 보내자, 2002년 가을 기독민주당과 자유당은 연정의 붕괴를 선포하고 2003년 1월 다시 총선을 실시했다.
가까스로 재 집권에 성공한 기독민주당의 당수 얀 페이터 발컨엔더가 다시 수상을 맡으며, 자유당, 민주주의 66, 3당의 연정을 구성하였다.
네덜란드 우파연정은 지난해에 이미 경제 침제로 인한 정부 재정난에 대처하기 위해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 삭감을 감행하면서 대규모 사회보장예산 삭감을 실시하였다.
당시 예산 삭감 규모는 170억 유로(약 24조원)에 이르렀다. 당시 네덜란드 최대의 네덜란드 노총(FNV)는 당시에 정부에 대한 강경투쟁을 선포하고 시위를 조직했으나 노조의 시위 조직 능력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약했고, 노조는 결국 정부의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사회보장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할 시간을 버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더욱 대폭적인 사회보장제도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올해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사회는 점점 고령화 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퇴직자를 부양하는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없으면 네덜란드는 2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노동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정했다.
정부는 네덜란드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비싸면서도, 노동시간은 너무 적고, 너무 빨리 조기 퇴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며,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총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을 든다면 노동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조기 퇴직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여 정년까지 일하도록 유도하고, 정년 연령을 올리고, 산업재해 판정 기준을 상당히 엄격하게 만들어 산재 판정자를 줄이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산재 판정자를 재 검사해서 적게라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산재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실업자 수당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어 실업수당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방침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에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인건비를 줄이고, 연금과 실업수당을 줄여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정부 방침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 네덜란드 50대 상장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7%대의 연봉인상과 각종 보너스로 평균 50%의 임금인상 효과를 보았고, 공기업과 정부출자 기업의 경영자의 임금도 사기업 수준에 맞추어 대폭 인상해왔다.
또 장관들의 임금 역시 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다음 정부부터 30% 인상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노동자에게는 임금동결을 강요하면서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과 경영자들은 자기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거기에 부정부패가 없고, 기업 경영이 투명한 것으로 유명했던 네덜란드 기업 이미지가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기업의 회계조작과 부패 스캔들로 실추되었다.
네덜란드 최대의 유통업체이면서 다국적 기업인 아홀드(Ahold)의 회계조작 규모가 수 조원에 이르면서 투명한 기업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또 정부의 대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 회사들이 수년간 가격을 담합해서 폭리를 취해 왔으며, 고위 공무원들이 섹스 파티 같은 향응을 받아 왔음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체면에 상처를 입었다.
우익정부와 기업가들은 이렇게 신뢰를 잃고 있는 가운데서도 노조를 무시해 왔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간에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해 노사정이 합의를 이루어 나라를 경영하는 사회 대협약 모델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근래 3년 사이 경제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하여 관철시켰음에도 불구, 올해 다시 수년 간의 임금동결과 연금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은 물론 실업정책과 산재 정책 등 노동부문 전반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노동자들은 해도 너무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막무가내식 방침에 대해서 노조는 올 상반기 사회협약에 합의해주지 않았고, 정부는 노조에 대한 설득 없이 정부방침을 계속 강행하기로 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익 정부의 관계자들은 그동안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어서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하고, 노조는 파업 같은 단체행동을 할 힘이 없기 때문에, 노조를 국정의 협력 파트너로 삼는 네덜란드 모델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표하며 노조를 무시해왔다.
네덜란드 노조의 올해 대정부 강경투쟁은 자신의 조직력이 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정부로부터 다시 제대로 대접 받기를 원하는 노조의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장광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