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의 갯벌에 동그란 형태의 갈대밭이 있다.윤돌
사진으로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아름다운 순천만, 그 길을 나는 가고 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쉼없이 달려와 어슴프레 어두운 저녁에 그 길을 가고 있다. 탐스러운 푸른 논들 사이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 순천만으로 다가가는 길은 잠시 고향의 넉넉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좁은 도로 한쪽에 있는 허름한 버스 정류장이 그렇고, 구부정한 허리로 쉼없이 걸어가는 동네 어른의 모습이 그렇다.
표지판을 따라 순천 청암대학에서 꺾어 들어 간 길은 관광안내소와 갈대밭 선착장을 지나 순천만과 만난다. 선착장에는 갈대밭 사이를 오가는 작은 통통배 서넛과 구경 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갈대숲 사이로 나 있는 하구의 물길이 있다. 사진에서 보던 모습은 어디일까?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것인가? 제방 길을 따라 나 있는 비포장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나오는 것일까? 막상 순천만 갈대숲에 들어 가고 나서도 내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다시 차에 올라 제방 길을 따라 난 비포장 길로 들어섰다. 제방 중간 중간에는 갈대밭과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관람 장소가 있다. 15만평의 갈대숲은 울창하게 우거져 커다란 숲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둘러쌌다.
계속해서 차를 몰아 서쪽으로 향했다. 악어 주둥이처럼 길게 늘어진 산 자락의 끝 부분인 화포로 향하기 위해서다. 화포의 언덕에는 휴게소가 있어 순천만을 굽어볼 수 있다. 한없이 넓게 뻗어 있는 바다와 그 옆으로 짙은 갈색의 갯벌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사람들이 가끔 찾는 장소다. 해는 어느덧 뉘엿 서쪽으로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