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이 그윽한 돌산 갓김치윤돌
매표소에서 영구암(靈龜庵)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산새들, 풀꽃들, 누군가 쌓아올린 작은 돌탑들을 벗하여 오르면 어느새 영구암에 다다르게 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바위틈과 석문으로 되어 있는 영구암은 마치 동굴을 지나는 듯도 하다.
영구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으로 불렀으며, 고려시대에는 '금오암'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영구암이라 불리게 되었다. 영구암이라는 이름은 암자가 들어선 자리가 거북이 등에 해당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이하게도 영구암 주위 바위들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줄무늬가 있어서 이름의 유래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향일암이라는 이름은 일제 때 '일본을 바라보자'라는 뜻에서 불리게 되었다거나 잔잔한 바다 위로 펼쳐지는 해돋이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무튼 암자의 정식 이름은 영구암이며, 금오산에 기암절벽 사이사이에 기대어 대웅전, 관음전, 칠성각, 독서당, 취성루 등이 존재한다.
마지막 돌계단을 올라 마주한 대웅전은 금오산에 기대고 남해의 바다를 안고 있다. 대웅전 앞으로 펼쳐지는 넉넉한 바다의 모습은 흐린 날이라 신비로움까지 준다. 그 위를 지나가는 배 서너 척을 보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중얼거리던 입은 이내 할 일을 잊은 듯 모두 멈추어 서고 오직 앞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볼 뿐이다. 그저 내게 쉴 새 없이 부딪혀오는 영구암의 감동을 받아낼 뿐이다.
영구암의 여러 전각 어디에 있더라도 이런 감동은 끊이질 않는데, 관음전 옆 해맑은 미소로 자리한 관음보살상과 그 감흥을 함께 나누고서야 마음은 진정되는 듯하다.
영구암에서 보는 해돋이와 낙조는 무척이나 유명한데, 조금 더 산을 올라 금오산 정상에 오르면 그보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