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

[분석] <조선> 23억원과 <오마이뉴스> 7200만원이 같은가

등록 2004.10.05 07:03수정 2004.10.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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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4일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권우성
정부광고 게재량과 건수가 늘면 '친정부 언론'이고, 반대로 정부광고량이 줄면 '정부비판 언론'인가.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참여정부가 친정권적 신문에 정부광고를 몰아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조중동'이 정부광고 수주량에서 최상위를 기록했으며, 다만 '조중동'간 순위변동만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지적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은 "정부 각 부처에서 언론재단을 통해 집행한 신문광고가 친여적 신문으로 비판받는 매체들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신문을 통한 정부광고비는 2000년 8830건 총 360억원에서 2003년 7928건에 266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러나 서울신문은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다른 신문의 4∼5배에 달하는 평균 2400건에 약 35∼40억원의 광고수입을 올렸다"며 "이는 재정경제부가 아직도 30% 넘게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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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 의원은 "한겨레신문은 2000년 846건이던 정부광고 건수가 2003년 946건으로 늘어나 건수에서 서울신문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고 적시했다. 그는 "대부분 줄거나 현상유지인데 유독 한겨레신문만 광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어 오마이뉴스의 정부광고 게재 사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오마이뉴스 경우에도 지난해 18건에 6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3건에 72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거론했다.


반면 현 정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경우는 지난해 2000년에 비해 광고건수에서 각각 215건과 120건이 줄었고 광고수입은 각각 23억과 17억원이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경우 건수에서 10개 일간지 중 9위로 밀려났다"고 덧붙였다.

중앙일간지 정부광고 집행내역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6월까지 합계
광고금액 건수 광고금액 건수 광고금액 건수 광고금액 건수 광고금액 건수
조선
일보
58억
8924만
723 41억
354만
588 36억
7249만
525 35억
1096만
508 22억
9861만
311 194억
7485만
중앙
일보
57억
3419만
795 47억
6871만
784 43억
4732만
724 42억
6679만
724 26억
3277만
432 217억
4978만
동아
일보
54억
3411만
713 41억
7090만
643 37억
233만
574 37억
3862만
593 22억
8097만
349 192억
7311만
서울
신문
41억
4381만
2414 37억
1132만
2654 35억
6662만
2571 36억
5360만
2151 20억
2677만
1010 171억
210만
한국
일보
36억
251만
516 27억
4871만
513 23억
3263만
499 22억
1812만
547 13억
3286만
299 122억
3483만
한겨레 28억
1020만
846 20억
1172만
904 21억
911만
897 24억
3796만
946 16억
1491만
585 109억
8391만
경향
신문
26억
3441만
819 20억
4753만
837 20억
7198만
857 21억
3700만
798 13억
357만
475 101억
9450만
문화
일보
20억
4488만
653 19억
8860만
694 18억
7931만
881 18억
3735만
657 11억
5441만
409 89억
455만
국민
일보
19억
17만
652 14억
4796만
599 12억
8720만
501 12억
8936만
456 8억
1616만
249 67억
4087만
세계
일보
18억
7909만
699 14억
8542만
674 14억
9133만
628 15억
8766만
548 9억
4453만
278 73억
8802만
합계 360억 7263만 284억 3061만 264억 6021만 266억 7744만 164억 552만 1340억
4653만
* (단위 : 원, 부가세 포함)
ⓒ 신미희



'조중동' 감소할 때 중앙일간지 광고량도 감소

정병국 의원 발표만 보자면 참여정부 들어 한겨레신문, 서울신문, 오마이뉴스는 정부광고 수주 혜택을 크게 본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혜택이 줄거나 되레 손해를 입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10개 중앙일간지가 2000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6개월간 걷어들인 정부광고 수입은 모두 1340억원에 달한다. 중앙일보 217억원, 조선일보 195억원, 동아일보 193억원, 서울신문 171억원, 한국일보 122억원, 한겨레 110억원, 경향신문 102억원, 문화일보 89억원, 국민일보 67억원, 세계일보 74억원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담화문, 공지사항, 정책·이미지 홍보 등 정부광고 비용으로 총 1352억원을 지출했는데, 신문에만 총 716억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10개 중앙일간지가 차지한 정부광고는 267억원이다. '조중동'은 이중 120억원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 정부광고 액수는 중앙일보 26억3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조선일보 22억9800만원, 동아일보 22억8000만원 순이다.

물론 서울신문의 경우 수십 년간 정부광고에서 다른 중앙 일간지의 매체 영향력에 비해 상당부분 혜택을 입은 게 사실인 듯하다. 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신문은 해마다 '조중동' 다음으로 많은 정부광고 수입을 올렸다.

최근 4년간 내역을 보면 2000년 41억 4381만, 2001년 37억 1132만, 2002년 35억 6662만, 2003년 36억 5360만 등이다. 그렇다고 서울신문이 해마다 광고수입 규모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2000년부터 2년 연속 4억, 2억여원이 각각 줄었다.

같은 시기 10개 일간지의 정부광고 수입규모도 21.2%, 6.9%씩 각각 줄었다. 이때 '조중동' 역시 23.5%, 10.1%씩 감소했다. 한겨레는 28.4%, 4.8%씩, 한국일보는 23.7%, 15.1%씩, 국민일보는 23.8%, 11.1%씩, 서울신문은 10.4%, 3.9%씩 각각 줄었다.

그러다 2003년 10개 일간지 정부광고 금액이 0.8% 늘면서 한겨레 15.6%, 세계일보 6.5%, 경향신문 3.1%, 서울신문2.4%, 국민일보 0.16% 등이 증가했다. '조중동'(-1.8%)과 한국일보(-4.9%), 문화일보(-2.2%) 등은 감소했다.

중앙일간지 정부광고 집행금액 증감현황

2000 → 2001년

2001 → 2002년

2002 → 2003년

신문사

광고금액 증감

비율

광고금액 증감

비율

광고금액 증감

비율

조선일보

△17억 8570만 -30.3% △ 4억 3105만 -10.5% △ 1억 6153만 - 4.4%

중앙일보

△ 9억 6548만 -16.8% △ 4억 2139만 - 8.8% 8053만 1.9%

동아일보

△12억 6321만 -23.2% △ 4억 6857만 -11.2% 3629만 0.98%

서울신문

△ 4억 3249만 -10.4% △ 1억 4470만 - 3.9% 8698만 2.4%

한국일보

△ 8억 5380만 -23.7% △ 4억 1608만 -15.1% △ 1억 1451만 - 4.9%

한겨레

△ 7억 9848만 -28.4% 9739만 4.8% 3억 2885만 15.6%

경향신문

△ 5억 8688만 -22.3% 2445만 1.2% 6502만 3.1%

문화일보

△ 5628만 - 2.8% △ 1억 929만 - 5.5% △ 4196만 - 2.2%

국민일보

△ 4억 5221만 -23.8% △ 1억 6076만 -11.1% 216만 0.16%

세계일보

△ 3억 9367만 -20.9% 591만 0.4% 9633만 6.5%

(단위 : 원, 부가세 포함)

ⓒ 신미희

'빅3' 편중 20여년 계속... '조중동'간 순위변동만 있을 뿐

정병국 의원 주장대로 한겨레만 유독 2003년 들어 광고건수가 증가한 게 아니다. 더불어 조선일보, 동아일보만 감소한 것도 아니다. 2003년에 전년 대비 광고건수가 증가한 신문사는 한겨레, 한국일보 두 곳이며 2000년과 비교해도 문화일보와 한겨레가 동시에 늘었다.

따라서 특정 신문사만 골라 증감을 비교할 경우 정확한 분석이 될 수 없다. 더욱이 92년부터 한국프레스센터(99년말 언론3단체 통합 이후는 언론재단으로 계승)를 통해 정부광고 신탁업무가 시행되면서 지속된 '조중동' 등 거대 신문사에 대한 광고편중 문제는 크게 해소되고 있지 않다.

'조중동' 3사의 정부광고량은 최근 4년간 해마다 115∼180억원에 달했다. 2000년(170억 5754만원·47.3%), 2001년(130억 4315만원·45.9%), 2002년(170억 2214만원·43.2%) 등으로 중앙일간지 광고량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신문까지 합치면 중앙일간지 광고량의 60%에 육박한다.

이같은 비율조차도 2000년대 들어 편중정도가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조중동' 빅3의 정부광고 집행비율은 70%대를 육박했다는 게 신문광고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4년간 '조중동'은 1위 자리만 넘나들면서 상위를 굳건히 지켰다. 2000년의 경우 조선일보(59억), 중앙일보(57억), 동아일보(54억) 등으로 조선일보가 1위였으나 중앙일보가 2001년 순위를 뒤집은 이후 계속 우위를 지켜오고 있다.

광고량 기준은 게재건수인가, 매출규모인가

정병국 의원은 정부광고량 기준으로 게재건수와 매출규모를 혼용했다. 특히 한겨레신문과 서울신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서로 비교할 경우 광고건수 증감치를 인용했다.

정 의원은 "대부분 줄거나 현상유지인데 유독 한겨레신문만 광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어 "서울신문은 2000년 이후 매년 다른 신문의 4∼5배에 달하는 평균 2400건에 달하는 광고수입을 올렸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광고단가는 신문사별로 다르다. 정부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언론재단측이 구체적인 신문별 광고단가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적시할 수 없지만 '조중동'이 한겨레신문, 서울신문보다 광고단가가 높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겨레신문이나 서울신문의 경우 한해 정부광고 매출규모가 '조중동'의 한 신문사보다 광고건수량은 더 많았다. 경향신문이나 문화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신문·한겨레의 발행부수가 더 많은가"
경제효율성 원칙 강조... 이중잣대 적용은 그만

서울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의 정부광고 건수만 놓고 '친정권적 몰아주기'로 비판한다면 거꾸로 광고매출 규모에 대해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셈이 된다.

정병국 의원은 "광고는 구독율이 높은 신문에 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은가"라며 구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문에 정부광고가 집중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정 의원은 정부광고 집행과 관련, '경제효율성의 원칙'을 내내 강조했다.

정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은 그 물음 속에 들어 있다. 단가가 싼 대신 여러 번 광고를 싣고자 하는 광고주는 마이너 신문을 선택할 것이고, 단가는 비싸지만 적은 횟수로 광고효과를 얻길 원하는 광고주는 '빅3'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제효율성에 의거한 광고집행 원칙이다. 같은 돈으로 열독율도 떨어지고 발행부수도 적고, 광고효과도 적은 신문에 광고를 싣는다면야 어느 부처이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정동채 문화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광고의 매체 선정은 광고주인 개별 기관이 광고효과와 광고단가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언론재단 광고국 관계자도 지난달 초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광고주(부처)가 선호하는 매체에 대부분 게재하며 해당부처가 매체와 직접 접촉해서 싣는 때도 많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 등 중앙정부에서 각 부처나 산하기관의 광고를 두고 간섭한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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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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