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배는 보트관광으로, 어민은 숙박업자로

[기획취재] 선유도가 변하고 있다 1

등록 2004.10.08 18:30수정 2004.10.14 19:0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남서쪽 약 50km 해상에 위치해 있는 섬 무리를 말한다. 이들 섬 무리 중 선유도는 과거에 군산진이 있었던 곳으로 무녀도와 장자도(대장도 포함)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새만금 방조제로 연결된 야미도와 신시도, 비안도, 그리고 횡경도, 소횡경도, 방축도, 명도, 말도 등의 유인도와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유도는 무녀도, 장자도와 연결되어 있어 선유도를 찾는 관광객은 자전거를 이용해 이들 섬들을 다니고 있다. 선유도는 과거 군산진이 있었다는 진말(선유1구), 통계(선유2구), 망주봉을 사이에 두고 새터(신기)와 밭너메(전월리), 나매기(남악리, 이상 선유3구)가 위치해 있다.

장자도는 장재미(대장도)와 가재미(소장도) 두 개의 유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제시대 가재미에는 어업공판장이 있어 섬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6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장자도는 멸치잡이와 까나리 액젓이 유명하다. 무녀도는 서들이(무녀1구)와 모개미(무녀2구) 두 마을로 이루어졌으며 김 양식을 많이 한다. 염전이 있고 해안 저습지가 발달해 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다.

a '서들이'에서 본 망주봉

'서들이'에서 본 망주봉 ⓒ 김준



관광객들에게 내준 갯벌

선유도 갯벌은 진말과 남악리 앞에 펼쳐져 있지만, 바지락과 낙지 등을 잡을 수 있다. 주민들의 생업공간으로 이용되는 갯벌은 남악리 앞 갯벌이 유일하다. 물론 망주봉과 진말 사이에 있는 갯벌에서도 석화를 까거나 관광객들이 갯벌에 들어가 갯것들을 채취하기도 한다.


선유도는 바닷가 어느 곳에서도 낚시를 할 수 있으며, 갯벌에 있는 해초를 걷으면 박하게, 낙지, 소라, 바지락 등이 지천이다. 이는 선유도의 갯벌과 바다가 깨끗하다는 것을 뜻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지와 1시간여 거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고립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5년 전부터 이곳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찾아오고 있다. 4월부터 9월까지는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할 수 없으며, 그냥 들어왔다간 노숙하기 십상이다. 인터넷의 확산과 최근 로드다큐 등을 통해 고군산군도가 소개되면서 섬여행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 되었다.


이렇게 알려지기 전에는 진말을 중심으로 몇 개에 불과하던 민박업이 이제 선유도는 물론이고, 개조한 차(콜택시)가 아니면 들어가기 힘든 장자도나 무녀도까지 민박집이 생겨났다. 남악리도 학교를 가기 위해 넘어다녔던 조그만 고갯길이 승용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이 되었다.

a '나매기'에서 바지락을 파는 어민들

'나매기'에서 바지락을 파는 어민들 ⓒ 김준


a '진말' 앞 갯벌에서 굴 작업을 하는 어민

'진말' 앞 갯벌에서 굴 작업을 하는 어민 ⓒ 김준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갯벌도 내주었다. 남악리 앞의 갯벌은 몇 년 전까지는 어촌계에서 엄격하게 통제한 채 공동작업을 하던 생활터전이었다. 개인이 바지락을 파던 것을 금하고 어촌계가 엄격하게 통제해 정해진 날에 작업을 하던 것을 관광객에게 튼 것이다.

이곳 갯벌에서 잡은 바지락으로 담는 조개젓은 민박 손님들에게 직접 팔기도 한다. 남악리의 한 민박집 주인은 이렇게 갯벌을 개방한 것은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체험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두 집 살이를 하는 사람들

많은 섬사람들이 그렇지만 자식들을 일찍 육지로 내본다. '섬놈' 소리 듣지 말고,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우라고. 고군산군도의 어민들도 대부분 군산으로 자식들을 내보내고 그곳에 전세나 임대로 거처를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쏘내기 등 개인용 선박이 발달하면서 고기를 잡거나 바지락, 김 등을 판매하기 위해 군산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집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a 보트관광을 위해 대기 중인 관광객

보트관광을 위해 대기 중인 관광객 ⓒ 김준


a 배 시간에 맞춰 관광객을 기다리는 민박집 차량들

배 시간에 맞춰 관광객을 기다리는 민박집 차량들 ⓒ 김준



게다가 새만금사업이 추진되면서 김양식을 비롯한 어장 보상이 이루어져 목돈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군산에 집을 마련하여 두 집 살이를 하고 있다. 자식들이 군산에 나가 살고 있다가 여름철 등 성수기철이면 섬에 들어와 여름 민박 장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남악리에서 민박을 경영하는 서씨의 경우에는 군산에서 생활하는 자식이 들어와 아예 본격적으로 숙박업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김발도 했고, 멸치낭장으로 2천여만 원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해파리 때문에 멸치낭장도 어렵게 되자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시작해 5천만 원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배 시간에 맞춰 두 아들이 작은 봉고를 이용해 선착장에서 손님을 싣고 오면, 부모님이 숙식을 제공하며, 민박 손님에게는 차를 이용해 섬관광도 시켜주고 안내도 해주고 있다.

선유도에만 전업으로 숙박업을 하는 집이 총 50여 가구가 넘는다. 남악리는 총 9가구가 거주하는데 이중 3가구가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가구들은 마을 앞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거나 낙지를 잡아 생활하고 있다.

a 선착장에 쌓인 멸치낭장망과 까나리 액젓통

선착장에 쌓인 멸치낭장망과 까나리 액젓통 ⓒ 김준



고깃배는 보트관광으로, 어민은 숙박업자로

고군산군도는 칠산어장을 끼고 있어 조기, 멸치, 갈치 등 생선으로 풍족한 바다였다. 해마다 4-5월이면 팔도의 조깃배들이 모여들었던 이곳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조기가 끊기더니 연안에서 고기가 나지 않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시작된 것이 해태 양식과 멸치잡이였다. 해태와 멸치잡이는 모두 인근 갯벌에서 이루어지는데 1990년대 새만금사업이 추진되면서 대부분 해태양식은 보상을 받고 약화되었으며, 멸치낭장어업도 해파리의 출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재미(장자도)를 지나 가재미(대장도)에는 여섯 가구가 바위 아래 다닥다닥 붙어서 봄에는 멸치와 까나리를 잡고, 가을에는 꽃게와 멸치를 잡으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들에게 멸치낭장은 주 소득원이다. 하지만 금년에는 그물이 선착장에 쌓여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출현하기 시작한 해파리가 멸치낭장 속에 가득 들어 그물을 찢어 멸치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멸치작업장에 한참 멸치를 삶아야 할 멸뜸장의 솥은 녹이 벌겋게 슬어 있고, 삶은 멸치를 건져 너는 따까리(체반)는 얌전하게 쌓여 곳간에 모셔져 있다.

a 까나리 액젓을 담고 있는 '가재미'의 어민상회 주인

까나리 액젓을 담고 있는 '가재미'의 어민상회 주인 ⓒ 김준


a 녹이 슨 멸뜸장 안의 솥

녹이 슨 멸뜸장 안의 솥 ⓒ 김준



그나마 3년 전에 담은 까나리 액젓을 내려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대장도에서 어민상회를 하는 이귀성씨는 작년에 까나리 액젓 400여 통을 서울로 보냈지만 금년에는 80통을 만들기도 힘들다고 한다. 한 통에 2만원 거래되는 이곳 까나리 액젓은 최소 3년 이상 묵힌 것으로 먹어본 단골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매년 고정적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그들의 주문량도 채우기 어려워 현지에서는 거래도 안 되는 실정이다.

"말도 못해요. 해파리가 있으면 그물이 잘라져버려요. 올해는 멸치 전혀 못했어요."

부인도 한마디 거든다.

"우리도 사 먹고 있어요. 작년에는 많이 했어요. 이 까나리는 3년 전에 해 놓은 것이에요. 서울로, 이것도 모지래는디. 먹는 사람이 맨날 먹어요. 어허(넘친다) 허다가 이렇게 넘치는 경우가 있다니까. 욕심 사납게 담아줄라고 하니까 그래 다른 사람처럼 이만큼만 담아야."

"넉넉하게 담아야제. 그렇게 야박허먼 쓰간디. 우리는 팔 것이 없어요. 400개 달라는데 60개나 나올지 몰라."

a 꽃게 그물을 손질하는 '모개미' 어민

꽃게 그물을 손질하는 '모개미' 어민 ⓒ 김준



고기잡이를 해야 할 어민들은 이제 숙박업, 낚시배, 보트관광을 생활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 번 출어하면 100여 만원 벌이에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50여만 원이 남지만 선유도의 젊은 사람들은 뱃일을 꺼려한다. 설령 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보트관광이나 안내 숙박업을 원하고 있다. 다른 섬에 비해서 젊은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