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판공비에 현금 없어서 상납했다?

[국감 - 건교위] 주공 부사장의 어이없는 답변에 의원들 '발끈'

등록 2004.10.12 13:32수정 2004.10.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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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 위원들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홍인의 주공 부사장(왼쪽)
건교 위원들의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홍인의 주공 부사장(왼쪽)오마이뉴스 이성규
"이같은 부조리에 전체 조직이 움직이는 원인이 뭔가."(김병호 의원)
"업무추진비 가운데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 (홍인의 부사장)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발생한 주공의 조직적 상납 부조리에 대해 주공 사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출석한 홍인의 주공 부사장이 어이없는 대답을 내놓아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12일 주공 국정감사에서 홍 부사장은 출장비·특근매식비 변칙집행, 본사 격려금 상납 등의 방식으로 행해져왔던 조직적 상납부조리의 원인을 캐묻는 김병호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다소 머뭇거리며 "업무추진비 가운데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 사장의 이같은 답변은 지난 2월 19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주공의 상납비리를 지적하는 김병호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김 의원은 "감사원 감사결과 주공 비서실은 지난 2001년 6월 25일부터 2003년 3월 18일까지 사장의 대외업무추진비 상납을 지시, 모두 지사와 직원들로부터 1억8874만원을 받아 용도 불명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김 의원은 당시 감사원의 징계 처분에 따라 권고사직된 7명의 1급 직원이 사직 이후 재채용됐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7900만원의 연봉을 받아오다 상납 비리에 연루돼 권고사직된 7명의 1급 임원들이 이후 주공 연구위원으로 재채용 됐다는 것. 전관예우 차원에서 주공은 이들에게 전직급과 동일한 연봉을 지급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징계조치 해놓고도 이 사람들 다시 채용해 같은 연봉을 지급한 것은 감사원이 징계를 결정해도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홍 부사장은 "재발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그동안 불가피하게 사장의 필요한 업무 비용을 직원들이 일부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홍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 실질적으로 사장이라고 하는 직책에 있는 분이 집행할 비용은 근본적으로 없다. 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있는데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과거에는 기밀비가 있었다. 그런데 바뀌면서 (기밀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의원들은 발끈했다. 김 의원은 "주공이 아직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주공이 무슨 사업을 계획한들 공정하고 철저히 되겠나"고 거세게 홍 부사장을 질책했다.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도 이어진 질의를 통해 홍 사장의 안이한 인식에 정면으로 칼끝을 들이댔다. 안 의원은 먼저 홍 부사장의 연봉과 성과급이 얼마냐고 물었다. 홍 부사장이 "연봉 7700만원에 성과급은 5000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대답하자, 안 의원은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고도 전국 지사망 총동원해 그런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사장이 재임중에 구속되느냐"고 홍 부사장을 몰아세웠다.

또한 안 의원은 도덕적 해이에 찌든 임직원들에 대해서 질책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직원들도 아주 좋지가 않다"고 지적한 뒤 "직원비리 징계 현황을 보면 2002년에 파면 4명, 해임 3명 등 7명에서 2004년 6월말 현재 징계받은 직원은 15명이다, 아래위 없이 난리통을 치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안 의원은 "기획예산처에서 판공비를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활동비를 달라는게 말이 되느냐, 직무기강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조직이 있느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고개를 내젓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의원은 국감 출가질의 순서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김병호 의원의 질의에 '사장이 쓸 돈이 없어서 돈을 모아주었다'고 답변했는데 업무추진비 외에 (사장이)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따졌다.

이어 이 의원은 "이런 의식을 가지고서는 비리척결은 요원하다"며 불신감을 거두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 부사장은 "비리에 관련된 지적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홍 부사장, 변명 일관하다 '혼쭐'

홍인의 주공 부사장이 국정감사 도중 변명으로 위기국면을 피해가려다 들통이나 혼쭐이 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동의 발단은 홍 부사장이 인천 삼산지구 동일 아파트의 분양가가 1년 사이에 무려 24%나 뛴 이유를 밝혀달라는 정장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마감재 때문"이라고 답변하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날 주공의 분양가 폭리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인천 삼산아파트의 분양가를 실례로 제시했다. 지난 2002년 주공이 인천 삼산아파트 33평형을 분양할 당시 분양가는 1억5000만원 가량이었지만 1년이 지난 2003년 분양가는 1억9700만원으로 약 24% 가량 상승한 것.

정 의원은 이를 근거로 "조사를 해 봤더니 토지의 분양가는 똑같았는데 어떻게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이 분양가가 뛸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홍인의 부사장은 "그 부분은 1년 전에 택지를 다 한꺼번에 분양을 받아 매입 가격이 같다"고 택지비 차이가 없음을 인정했다.

이어 정 의원은 "그런데도 1년 사이에 분양가가 50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뭐냐"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홍 부사장은 "마감재 때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홍 부사장의 이같은 답변을 예상한 듯 정 의원은 "마감재가 1년 사이에 24%나 뛸 수 있냐"고 목청을 높였고, 홍 부사장은 다시 "택지 매수를 하고…"라며 둘러대려 애를 썼다.

보다 못한 정 의원은 격분한 듯 "솔직히 말하라"고 다그치며 "주변시세가 오르니까 같이 따라 올린 것 아닌가, 마감재 때문이냐, 무슨 대답을 그렇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홍 부사장은 "예"라며 꼬리를 내리면서 험악해질 뻔한 분위기는 마무리될 수 있었다.

홍 부사장의 태도에 좀처럼 불쾌감을 거두지 못한 정 의원은 "주공이 앞장서서 후분양제를 해야 하고, 분양 원가도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충고하며 질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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