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지은 아름다운 황톳집

부인의 병 호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남편이 직접 지어

등록 2004.10.13 13:33수정 2004.10.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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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군의 외딴 바닷가에 위치한 황톳집 하나가 외롭게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부인 김모씨를 위해 최모(58)씨가 3년 전 황토로 지은 28평 내외의 아담한 집이다.


a 여천군 외딴 바닷가에 최씨가 부인 병 간호를 위해 지었다는 황토집이 있다.

여천군 외딴 바닷가에 최씨가 부인 병 간호를 위해 지었다는 황토집이 있다. ⓒ 서정일

특별히 어려움을 모르고 살던 이들 최씨 부부에게 4년 전 신부전증이라는 무서운 병마가 찾아왔다. 그 뒤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김씨를 데리고 용하다고 소문난 병원은 안 다녀본 곳이 없다는 최씨.

영원히 병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 뒤, 최씨는 아내의 병이 조금이나마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고. 그가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결심한 건 건강에 좋다는 황톳집을 짓는 것이었다.

a 방 한쪽을 가득 메운 약상자들은 병마와 싸우는 김씨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방 한쪽을 가득 메운 약상자들은 병마와 싸우는 김씨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 서정일

하던 사업체도 모두 정리하고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온 바닷가.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없는 타지에서, 그것도 마을과 떨어진 외딴 바닷가에 삽질을 하던 첫날 부부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벌써 3년이 지났네요. 황토로 어떻게 집을 지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요. 이곳 저곳에 물어보고, 손에 물집 잡혀가며 몇 시간씩 마당에서 황토를 개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최씨는 예전 기억을 회상하며, 이젠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 부인 김씨의 병이 몰라보게 호전된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a 사진 찍는 걸 한사코 사양하는 최씨 부부의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웠다.

사진 찍는 걸 한사코 사양하는 최씨 부부의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웠다. ⓒ 서정일

부인 김씨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얼굴과 몸이 퉁퉁 부어 누가 보더라도 환자라고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요. 자연에서 안정을 찾은 것도 있겠지만, 남편의 극진한 병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라고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김씨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만성심부전은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병으로, 매일 호스를 통해 약을 투여하고, 노폐물을 빼줘야 한다. 또 추위에 민감해 늘 두꺼운 옷을 껴입고 생활해야 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수반하는 병이라는 것을, 방 한 곳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약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그래도 자신은 나은 편이라면서 약 값이 없어 치료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인생의 모든 걸 걸었던 사업체를 포기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바닷가에서 오로지 부인의 병이 호전되기만을 기원하면서 황톳집을 지었다는 최씨. 난 애호가인 그가 하나 둘 말라죽어가는 난들도 돌보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밤낮없이 지은 황톳집은 비록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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