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앨범

임재범 5집 <공존 Coexistence>

등록 2004.10.13 16:12수정 2004.10.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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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특히 대중음악은 많은 사람이 즐긴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누가 노래를 가장 잘 하는가'하는 주제는 개인 취향이나 음악 장르에 따라 의견이 갈라져 격앙된 토론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취향, 장르를 불문하고 누구나 최고의 보컬로 꼽는 가수가 있다. 바로 임재범이다. 탁월한 가창력은 기본이며 특히 안정적인 중저음과 폭발적인 고음은 듣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거친 음색을 동반한 소울 창법은 최근 JK 김동욱이 훌륭하긴 하지만 그 시발점이 임재범인 것만은 틀림없다.


86년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한 임재범은 시나위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통해 대중들에게서 그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인정받았다. 그 후 '외인부대', '아시아나' 같은 그룹을 거치면서 대중들과 호흡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점점 찾아갔다.

91년 임재범의 첫 솔로 앨범 <너의 곁에서>가 발매되었다. 시나위 시절 강력한 록 보컬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솔로 앨범을 통해 록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소울같은 음색을 보여주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타이틀 곡인 '이밤이 지나면'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솔로 활동도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5년만에 발매된 2집 <그대는 어디에>, 이듬해 발매된 3집 <고해>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그의 모든 일에 초탈한 듯한 태도와 앨범을 발매하고도 방송활동, 라이브 공연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 버리는 행동으로 인해 음반의 홍보효과는 전혀 누릴 수가 없었다.

2000년 임재범의 4집 앨범 < Story of two years >가 발표 되었지만 역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그는 잠적해 버렸다.

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그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유인즉슨 2집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박정현 1집에 수록되고 CF배경음악으로 삽입되면서 인기를 모았고 4집의 '너를 위해'가 영화 <동감>에 삽입되고 역시 CF에 사용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방송을 통해 조금씩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3집의 '고해'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a 임재범의 5집 <공존(Coexistence)>

임재범의 5집 <공존(Coexistence)> ⓒ EMI뮤직

그리고 바로 어제 12일. 팬들 사이에서 '왕의 귀환'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을 끌며 임재범의 5집 <공존>이 정식 발매되었다. 이제는 세살 난 딸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그로서는 그동안의 기행을 접고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실을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인터뷰에서의 말처럼 이번 앨범에 기울이는 그의 힘이 앨범 전체에서 느껴진다.

타이틀 곡인 '새장을 열다'는 그의 소울풍의 창법과 정제된 보컬 톤으로 채색된 깊어가는 가을에 걸맞은 잔잔한 발라드다. 하지만 그의 데뷔가 시나위였던 것처럼 그의 음악의 기조는 록이다. 이라크 전쟁을 비판한 '총을 내려라',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식스 챕터', 부질없는 욕심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과 사람들' 등에서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그의 새로운 시도도 엿볼 수 있다. 비록 한 곡이기는 하지만 보사노바 풍의 '백만번째 환생'과 'Key'에 삽입된 시타연주, 뉴에이지풍의 'Sea side', 피아노 반주로만 노래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살아야지(Piano Version)'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재범의 5집 앨범 <공존 Coexistence>은 록으로 회귀함과 새로운 시도들이 혼재하는 임재범다운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솔로로 데뷔한 지 10여년. 5집 앨범과 함께 그는 서울과 부산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준비가 되지 않아 콘서트를 할 수 없다"라는 믿을 수 없는 말을 해온 그였기에 이번 공연은 더욱 관심이 간다. 그만큼 이제는 완벽히 준비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해온 임재범의 이번 5집 활동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대중음악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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