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족벌언론에 무릎 꿇었나

시민단체 언론개혁안 강력반발..."소유지분 빼고 개혁 얘기말라"

등록 2004.10.15 15:26수정 2004.10.15 16:58
0
원고료로 응원
언론개혁국민행동이 지난 9월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기초한 언론개혁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일부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이 지난 9월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기초한 언론개혁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일부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종호

열린우리당이 15일 발표한 언론개혁법 확정안에 대해 언론·시민단체가 족벌언론에 굴복, 야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개혁국민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은 이날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언론계의 입법청원안 훼손없이 국회에 상정해줄 것을 열린우리당에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신문사의 소유지분 분산을 도입하지로 않기로 한 열린우리당 법안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위헌시비를 들어 소유지분 분산을 도입하지 않는 대신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과점을 방지하기로 했다. 또 언론자유 위축시비가 일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언론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측 손해배상액 입증 책임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으로 대체했다.

소유지분 분산을 빼고 언론개혁을 한다고?

이미 소유·시장 집중완화를 골자로 한 신문법 제정 및 방송법 개정, 언론피해구제법 제정 등 3개 개혁안을 입법청원했던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열린우리당의 이번 법안은 우리가 냈던 청원안의 핵심은 뺀 채 일부 자구만 수정한데 불과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224개 시민·사회·언론단체 연대기구인 언론개혁국민행동(공동 상임대표 김영호 등)은 지난달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3대 언론개혁법을 골자로 한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언론개혁에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법안을 작성해 입법청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은 15일 성명에서 "소유분산은 신문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이자 자본, 권력으로부터 편집-편성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장치"라면서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위헌논란을 이유로 소유분산 조항을 폐기했다. 대체 헌법이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신문공동배달제를 위한 근거조항 마련으로 대체한 열린우리당 법안에 대해 "신문유통공사 설립을 반대하는 것으로 족벌신문의 불법적 시장파괴 행위를 묵과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여론다양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폐지에 대해서도 "신문시장 붕괴를 방치하고 신문재벌의 자본횡포를 방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법안이 아니라 족벌사주에 굴복, 야합한 입법안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이 신문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조항을 삭제한 신문법안을 내놓는다면 이는 언론개혁 입법안 아니라 ‘족벌사주에 굴복하고 이들과 야합한 입법안’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한국 신문시장의 왜곡과 독과점은 근본적으로 1인 사주의 전횡에서 비롯됐다"면서 "사주 전횡을 용인한 채 독과점과 불법판촉, 편집권 유린을 막으려 한다면 대문을 열어두고 쪽문을 지키겠다는 정신나간 짓에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따라서 한국적 언론개혁을 위해서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 조항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게 언론노조의 일관된 입장이다. 방송의 경우도 개인의 소유지분 한도를 현행 30%에서 15%로 낮출 것을 명시했던 언론개혁국민행동 입법청원의 원안통과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결과만 놓고 해결하겠다는 열린우리당식 발상으로는 언론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론노조는 소유지분 제한의 위헌시비와 관련,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이 밝힌 법적 근거는 물론 외국사례나 족벌 언론사의 반발논리 등은 실제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개혁현안을 놓고 본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렇게 위축돼서야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열린우리당을 질책했다.

민언련은 "이견이 있다고 하지만 신문의 정론기능 회복, 편집권독립 보장을 위한 소유분산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개혁선언이 법과 제도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