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면서도 진중함으로 중심 잡힌 '자우림'

자우림 5집 앨범 < All you need is Love > 발매

등록 2004.10.16 11:36수정 2004.10.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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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한 영화 <꽃을 든 남자>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O.S.T와 영화에 삽입된 한 곡은 우리의 귀를 신선하게 자극했다. 비록 영화는 실패했지만 영화음악을 부른 팀은 세상에 알려졌다. 그들이 바로 자우림이며, 그 곡이 바로 'hey hey hey'다.

자우림은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밴드였다. 여성을 보컬로 한 모던록 밴드는 당시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대중음악계에서는 신선한 시도였지만 위험한 모험이기도 했다. 성공 여부가 미지수였기 때문에 쉽사리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hey hey hey'는 대중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고, 얼마 후 발매된 1집 <밀랍천사>도 당시 자우림과 흡사한 형태의 밴드인 줄리엣과의 묘한 경쟁 속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줄리엣은 록을 접고 2집부터 여성듀오 댄스팀으로 변모한 반면 자우림은 탄탄한 팀웍과 음악성으로 2집 <연인>을 발매했다.

자우림이 당시로서는 비주류로 생각되는 록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음악성이다. 특히 록밴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우리나라 오버그라운드에서 록음악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도 음악성이다.

자우림만의 톡톡 튀는 가사와 멜로디, 그들만의 분위기는 그들이 직접 만들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인디밴드 시절 홍대 앞 클럽 '블루 데블'에서 얻은 경험은 무대 위에서 무시할 수 없다.

1집의 성공은 2집에서 변화와 성장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우림 역시 1집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욱 성장한 연주 실력과 김윤아·이선규의 듀엣곡, 블루스의 느낌을 좀더 강하게 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로 성장해 간다. 그로 인해 가벼운 곡과 무거운 곡의 분위기가 너무나 상반되었던 1집에 비해 2집은 1집보다 조금은 더 무겁고, 강렬해진 사운드를 선보였다.


그후 2.5집 을 통해 기존 곡들의 새로운 변화와 해석을 시도했고, 3집 < The wonder land >에서는 멤버들의 참가가 더욱 확대되고, 훨씬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보컬인 김윤아는 여러 분위기의 곡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성숙한 보컬로 성장했다.

3집 이후 눈여겨볼 자우림의 활동은 일본시장 진출과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다. 자우림은 여성보컬 모던 록 밴드가 꽤 활성화 된 일본에서도 정식 앨범을 발매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콘서트도 성황을 이뤘다. 그리고 김윤아는 솔로 활동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베이시스트 김진만과 기타리스트 이선규는 퍼니 파우더의 이승복과 '초코크림롤스'를 결성하여 간결한 영국식 록을 들려주었다.


일본에서의 활동과 멤버 개인 활동 그리고 라이브 앨범의 발매 이후 2002년 발매된 자우림 4집은 그간 앨범 중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 되었다. 이 앨범은 멤버 개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뜸했던 팀 활동의 부진을 밴드다운 음반으로 해소시켜 준 것이다.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자우림 특유의 분위기와 곡들. 기존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묵직하고 강렬한 사운드는 자우림이 진정한 밴드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a 자우림 5집 < All you need is Love >

자우림 5집 < All you need is Love > ⓒ T-엔터테인먼트

지난 15일, 자우림의 5번째 앨범 < All you need is Love >가 발매되었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대비로 눈길을 끄는 앨범 표지에서부터 이번 앨범의 분위기를 직감할 수 있다. 그 느낌은 1번 트랙 일종의 인트로격인 연주곡 'Luv pill'에서 바로 확인된다. 이 곡은 자우림의 이번 앨범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앨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우림 5집은 밝고, 경쾌한 곡으로 가득하다. 특히 타이틀곡인 '하하하쏭'은 재미있는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또한 강조된 브라스 소리가 어깨를 더욱 들썩이게 한다.

앨범의 기본 컨셉트는 경쾌함이다. 하지만 시종 경쾌함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앨범 중에는 '실리콘 벨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광야' 등 4집 앨범에서 이미 맛보았던 무겁고 진중한 사운드와 사회 비판도 접할 수 있다.

농익은 연주와 사운드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이번 앨범의 곡들은 진지함 속에서 느껴지는 경쾌함과 무거움 속에서 느껴지는 위트가 김윤아의 능숙한 보컬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이 앨범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간 록밴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1집에서의 신선함, 1집의 연장선 속에서 성장과 변화와 성숙함을 보여준 2, 3집, 해외 진출과 개인활동을 통한 멤버들의 음악적 성장과 개인적인 성숙. 개인활동으로 인해 부진했던 밴드 활동을 제대로 보여준 4집. 그리고 그동안의 활동이 모두 함축된 자우림의 이번 5집 앨범은 그 만큼 단단한 앨범이다.

가벼움 속에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고, 무거움 속에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는 중심이 잡힌 밴드로 성장한 자우림의 5집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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