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다녀요?

①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합시다

등록 2004.10.17 07:41수정 2004.10.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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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나라 관광을 다녀왔다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중국계 화교인 그 사람은 부부가 작은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도 절약하여 자녀들을 모두 외국에 유학을 시키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1년에 한 번씩은 식당 문을 닫고 외국여행에 나서는 여행광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오래 전부터 제주도는 어떠냐, 부곡 하와이는 어떠냐며 만날 때마다 묻더니 이번에 제주도와 부산, 부곡, 수안보를 거쳐 서울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10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다녀 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 나라가 아름다웠다고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말미에 그 사람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목욕을 할 때 왜 탈의실에서 나체로 다니느냐."

그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을 물으니 이번 여행에 우리 나라의 목욕탕 체험이라는 일정이 포함되었던 모양입니다. 이건 일본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여행상품인데 다른 나라에서도 개발된 모양입니다.

그 사람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를 잔뜩 가지고 목욕탕에 갔으나 그 사람의 표현을 빌자면 모든 사람들이 옷을 벗고 다녀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그냥 나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의 대중탕이란 목욕시설은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시설입니다. 요즘 외국에도 사우나가 있지만 대부분 팬티를 입고 탕에 들어가고 일본의 경우는 팬티까지는 입지 않아도 최소한 중요 부위는 수건으로 잘 가리고 다닙니다. 외국 사람들은 속옷을 벗을 때도 수건으로 가리고 탕에서 나올 때도 수건으로 가리고 나와 그 상태로 다시 속옷을 입습니다.


목욕탕에 붙어있는 한글로 쓰여진 주의사항
목욕탕에 붙어있는 한글로 쓰여진 주의사항김훈욱
요즘 우리 나라의 목욕탕에 가 보면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황토방에서 몸에 수건 하나 가리지 않고 큰 대자로 누워 계시는 분들을 보면 남자인 제가 보기에도 민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우리 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의 어느 리조트에 갔다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리조트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서인지 운동시설과 함께 스팀 사우나를 갖춘 목욕탕도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많이 찾게 된 곳입니다.


그런데 그 곳에 "나체로 다니지 맙시다"라는 주의 사항이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글로 말입니다. 아마 이 곳을 방문하는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항의를 한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부른다는데 이의를 달 분은 안 계실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워 왔기도 하지만 자유 분방한 서양 사람들은 왠지 예절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우리가 우리가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릴 적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 속에서 자란 우리들이 새삼스럽게 식당에서 식사하는 매너를 배우고 대화하는 요령을 배웁니다.

그것이 서양의 문화이고 우리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배워야 한다고 할 수도 있으나 가장 무질서하고 시끄러운 곳이 한국 식당입니다.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발에 부딪쳐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고칠 점이 많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릴 적 목욕탕에 갔을 때는 수건으로 잘 가리고 다녀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한 기억이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별 신경을 안 쓰고 다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니면서도 그런 행동이 주의사항을 붙여 놓고 경고를 할 정도로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동이란 걸 사실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외국에 왔을 때 남자가 여자들처럼 큰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옷을 벗고 입는 것을 별스럽다는 표정으로 보곤 했으니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라도 그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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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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