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녹색연합과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브리핑실에서 원자력연구소 열화우라늄탄 비밀개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과 녹색연합은 "원자력연구소가 지난 1980년대 중반 방사선 차폐제용으로 수입한 열화우라늄을 비밀리에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과 녹색연합은 21일 오전 9시30분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일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비공개 국제안보회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보자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비공개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 의원은 "열화우라늄을 신고없이 대전차포용으로 전환한 것은, 미국에서 수입된 핵물질 변경에 대한 신고를 규정한 한미원자력협정 위반이자 우라늄 수입시 그 양과 용도 변화에 대해 신고하도록 되어있는 IAEA 안전지침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1983년부터 87년까지 수백kg 개발... 87년 미국에 발각돼 폐기"
| | | 열화우라늄탄이란? | | | 핵무기 아니지만 비인도적 무기 | | | |
| | ▲ 열화우라늄 폐기물 | | 열화우라늄은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방사성폐기물이다. 비중이 높아 대전차포용으로 사용되는 열화우라늄탄은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이 핵분열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991년 이라크전과 나토군이 1990년대 중반 유고 내전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한 뒤 주변지역의 우라늄238 오염과 기형아 출산율 급증 등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인 무기로 비난을 받아왔다. | | | | |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원자력연구소는 지난 82년 국방과학연구소의 용역을 받아 1983년부터 87년까지 수백kg 이상의 열화우라늄탄 탄두용 금속우라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원자력연구소는 수출국인 미국은 물론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열화우라늄을 대전차포용 금속우라늄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석 위원은 "87년 미국에게 발각된 뒤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은 모두 파기됐고 대부분 대전 원자력연구소 저장소에 저장됐다"며 "최근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추출 건으로 두차례나 공개 기회가 있었던 과학기술부가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부는 열화우라늄탄 개발에 대한 모든 사항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관련책임자를 엄벌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 (핵) 비확산체제에서 소아병적 꼼수는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웃 일본의 핵무장에 정치적 명분만을 제공하게 된다"며 "비확산체제의 원칙을 준수하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미국과 IAEA에 대해서도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IAEA 안전지침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87년 IAEA 안전지침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며 "모든 국가에 대해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의원과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자료 공개에 대한 부담감과 고뇌를 토로하기도 했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파장과 국익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공개 여부를 놓고 여러차례 내부 토론을 거쳤다"며 "고심을 많이 했지만 핵 문제의 핵심은 투명성이고, 이후 공개적 핵 시스템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 역시 "미국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플루토늄실험을 폭로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것이 국익인가 고심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미국의 사정에 따라서는 정략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이 은폐하려 할수록 외교안보정책상 대미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연구소 "열화우라늄탄, 핵무기 아니어서 은폐 아니다"
한편 이날 국회 브리핑룸에는 원자력연구소 관계자들이 찾아와 기자들에게 연구소의 입장을 해명했다. 이들은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은 핵무기가 아니어서 신고대상이 아니고, 은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왜 이걸 문제삼는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전병진 하나로 연구부장은 "80년대 중반 IAEA에 신고하고 87년 (관리 대상에서) 면제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금속우라늄은 다른 금속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탄두로 쓰일 뿐 방사선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전 부장은 "당시 금속우라늄 개발경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한 침략을 막는 게 중요해서 만들었지 않았겠냐"며 "그 이후 현실적 어려움 등 문제가 있어서 87년 개발이 중단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용도 변경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미국이 한국의 무기 개발을 옳지 않게 보고 막은 것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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