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철 모르고 꽃을 피운 개나리...박미경
전남 화순군 이서면에는 동복호를 끼고 붉은 빛깔을 내는 '적벽'이 7km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화순 적벽은 김삿갓 김병연이 전국을 떠돌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자리를 잡고 생을 마감했다는 바로 그곳이랍니다.
이서면 창랑리에는 적벽을 마주하고 물염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김삿갓이 자주 물염정에 들러 적벽을 보면서 시를 읊었다고 전해져 이 곳엔 김삿갓의 시비도 있습니다.
실학자로 유명한 다산 정약용도 젊은 시절 화순 현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와 머물면서 이곳 물염정에서 날 저무는 줄 모르고 술을 따르고 시를 읊으며 적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고 전합니다.
그 아름다운 적벽을 낀 물염정 주변에 때아닌 개나리가 꽃을 피웠습니다.
나무 잎들이 색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이 가을에, 그것도 늦은 가을에, 봄에 피어야할 개나리가 제 철을 모르고 꽃을 피웠습니다.
꽃을 피워야할 시기도 모르고 제철도 아닌 가을에 꽃을 피워버린 저 개나리처럼, 내 것이 아닌 것에 내가 설 자리가 아닌 곳에 내가 나서야 할 곳이 아닌 곳에 혹 내가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살포시 뒤를 돌아봤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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