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봉 억새숲에 구름이 분다윤돌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여쭌 후 오늘 아침 도솔암을 찾기로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셨나 보다. 지난 밤에 도착해서 미처 보지 못한 땅끝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사실 달마산 도솔암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은 최근 일이다. 어느 분이 달마산 도솔암에 꼭 가보라고 강조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곳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도솔봉과 도솔암은 일반 사람에게 생소한 곳이다.
반도의 끝자락 해남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다가서 있다. 좁은 시골 도로에는 탈곡한 벼가 널려 있는 황금빛 논이 만들어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가을을 맞이하는 코스모스와 억새의 숨결이 있다.
스님이 알려준 대로 차를 모는데 멀리 도솔봉과 송신탑이 보인다. 마을길을 벗어나자 차는 오른쪽과 왼쪽으로 장단을 맞추며 한 번씩 기울기 시작한다. 얼마를 올랐을까. 웬만큼 길을 오르자 하늘과 구름이 지척이고 바둑판 같은 논과 들, 초가지붕 같은 섬과 산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차는 어느새 설마 하던 송신탑의 턱밑까지 와있다. 차를 몰아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곳은 그곳에서 맞이하는 사방의 풍경일 것이다. 그 놀라움에 잠시 마음이 출렁인다. 마음의 출렁임은 바람을 부르고 '스스슥 스스슥' 들풀 또한 나의 출렁임에 보조를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