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나에겐 사마귀풀이 그랬습니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이 꽃을 처음 만난 곳은, 집에서 차를 이용해서 대략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마귀풀이 혹시라도 일찍 피지 않았을까 몇 번을 가보았지만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탄 탓인지, 필 때가 지났는데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걸어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사마귀풀 군락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곳은 습지라서 사진으로 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햇살이 좋은 날, 장화를 준비해서 그 곳을 찾았더니 사마귀풀꽃은 한낮에는 화들짝 핀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곳을 다시 찾아가 사진기에 담고는, 내년을 기약했는데 어느 가을 날 그보다도 더 가까운 곳, 장화를 신지 않아도 편안하게 사마귀풀을 담을 수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조금은 허망하더군요. 그동안의 고생이 허망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는 것이 허망하더군요.
삶이란 그런 것이겠죠. 아주 가까운 곳에 모든 행복의 조건들이 다 있는데 늘 먼 곳에서만 찾으려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있는 행복, 아주 가까이 있었던 행복의 그림자를 발견하면서 그동안의 삶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