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산사의 표정

계룡산 갑사 가는 길

등록 2004.10.25 12:51수정 2004.10.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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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계룡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조만간에 단풍이 산 아래까지 내려올 것이다.
갑사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계룡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조만간에 단풍이 산 아래까지 내려올 것이다.임성식
통일신라시대에는 오악중 사악(五嶽中 西嶽), 고려시대엔 묘향산 상악(妙香山 上嶽), 지리산 하악(下嶽)과 더불어 삼악중 중악(三嶽中 中嶽)으로 일컬어지는 명산 계룡산(鷄龍山)의 서편 기슭인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 갑사가 위치에 있다.

갑사(甲寺)는 갑사(岬寺), 갑사사(岬寺士), 계룡갑사(鷄龍甲士) 등으로 불리워지다가 18세기 말, 으뜸 또는 첫째란 뜻에 산 이름을 따서 계룡갑사라 부르고 있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420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지금은 전국 화엄 10대 사찰의 하나로 유서 깊은 곳이다.

영규대사는 이곳 갑사에서 출가해 서산대사 휴정의 제자가 되어 늘 이 절에서 주석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것은 영규대사가 처음으로, 그 뒤 전국 곳곳에서 승병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갑사에서는 영규대사의 당시 충의를 기리기 위하여 표충원을 세우고 휴정과 유정, 영규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자연은 인간을 여유롭게 만든다!

갑사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자 공기부터가 다르다. 심호흡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고 있는 등산객들에게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여기 모든 사람은 이미 부처가 되어 있다.

<일주문>갑사로 가는 첫 번째 관문 일주문
<일주문>갑사로 가는 첫 번째 관문 일주문임성식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갑사의 첫 번째 관문, 일주문을 통과하자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멋진 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갑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아름다운 많은 시가 길목 양 옆으로 펼쳐져있다.
갑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아름다운 많은 시가 길목 양 옆으로 펼쳐져있다.임성식
시를 감상하면서 문득, 내가 서서 밟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연을 안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을 영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준화 <황매화>


천오백 년전 우리는
웅진성 중장골에 살았지요
내가 백제 병사로 수자리 살러 떠나기 전날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기도하러 가자하면서
중략…….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우리 서로 만나지 못 하게 되면
일년에 한번은 계룡산의
일주문 지나 절에 가는 오리 길에서
황매화 꽃을 들고 기다리자 약속 했었지요

중략…….

오백년이 지나고 또 천년이 지났는데도
사월이 모면 갑사 가는 길은
노란 황매화 꽃잎이 가득하네요


길을 가다 어떤 스님이 일단의 여러 명의 수녀님들과 우연이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는 모습에서 염화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종교는 달라도 성직자로서 가고자 하는 길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선 <가을에는>

가을에는 어디론가 떠나야 하네
산마루에 올라 사슴처럼 뒤돌아보지 말고
훌훌 떨치고 떠나야 하네.
목마른 가을 산의 갈증을 누가 아는가
만남은 낯선 길을 찾다가 숲에 가려 길을 잃듯
늘 서투른 시늉으로 머뭇거리고

중략......


이외에도 일주문에서 갑사로 이어지는 길목 양 옆으로 많은 아름다운 많은 시가 있어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평화로움을 주는 대적전 가는 길

<갑사 대웅전>갑사 대웅전은 조선시대 중기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갑사 대웅전>갑사 대웅전은 조선시대 중기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임성식
늘 그러하듯 갑사 대웅전은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두손 모아 뭔가를 기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안 부처님은 오늘따라 한껏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갑사를 작년에 한 번 찾고 오랜만에 찾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전 보다 부처님의 모습은 더욱 자비로워 보인다.

갑사 대웅전은 법당의 중심이 있는 곳으로 원래 이곳이 아니라 현재 대전적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정유재란(1597)으로 인해 건물이 모두 불타 버린 것을 선조 37년(1604)에 다시 지었다. 이 밖에도 승려들의 법문을 강론하던 건물인 갑사강당도 정유재란때 불타 없어진 것을 다시 지은 것이다.

전통찻집은 고풍스럽고, 편안하다. 창밖 계곡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전통찻집은 고풍스럽고, 편안하다. 창밖 계곡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임성식
이곳을 뒤로 하고 단아하면서 소박한 전통찻집에서 차를 한 잔 주문하여 마셨다. 창 밖 계곡으로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나름대로 운치있고 멋있다.

단풍이 산 위에서 아래로 물들기 때문에 아직은 낙엽이 약간 새록새록 하다. 하지만 조만간에 10월 말 정도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절정으로 산 아래 갑사까지 낙엽이 올긋볼긋 타 들어가리라.

<대적전>갑사 대적전은 대적광전이라고도 하며,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삼신불(석가모니·아미타불·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또 여기가 갑사의 옛 법당자리이다.
<대적전>갑사 대적전은 대적광전이라고도 하며,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삼신불(석가모니·아미타불·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또 여기가 갑사의 옛 법당자리이다.임성식
원래 대웅전 위치하고 있었던 대전적을 바라보서 느낀 것은 지금의 대웅전보다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장식도 간결하고 소박하다는 것이다. 이 건축물 역시 정유재란(1597)으로 건물이 불타버린 것을 선조 37년(1604)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갑사 부도>갑사 뒤편 계룡산에 쓰러져 있었던것을 1917년 갑사 대적전 앞으로 옮겨 새웠다.각종무늬와 기법등은 고려시대 부도탑 중에도 우수작을 꼽힐만하다
<갑사 부도>갑사 뒤편 계룡산에 쓰러져 있었던것을 1917년 갑사 대적전 앞으로 옮겨 새웠다.각종무늬와 기법등은 고려시대 부도탑 중에도 우수작을 꼽힐만하다임성식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 대나무 숲길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스님은 깊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다.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 대나무 숲길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스님은 깊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다.임성식
대적전 바로 앞에 돔 모양을 하고 있는 대나무 숲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 아래 한 스님이 낙엽을 쓸고 모습이 잘 어울린다. 떨어지는 낙엽을 매일 쓰시는지 궁금해서 물었는데, 스님은 가을에 한 번 정도 쓸어주는데 지금 쓸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밝고 다니면 얼마나 좋은지 모르냐고 물으면서…….

<철당간 및 지주>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며,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한다. 갑사(甲寺) 동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이 당간은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철당간 및 지주>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며,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한다. 갑사(甲寺) 동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이 당간은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한 것이다.임성식
원래 갑사가 있던 곳으로 가는 이 길은 사람들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아 조용하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간간히 사람들도 눈에 띈다. 평일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 뜸하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사람들은 큰 길로만 다니지, 이곳은 몰라서 안 다닌다고 한다.

원래 갑사로 가는 길목이고, 대전적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길 아래는 계곡이 있어 물이 흐르고 있다.
원래 갑사로 가는 길목이고, 대전적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길 아래는 계곡이 있어 물이 흐르고 있다.임성식
이곳은 조용해 산책하면서 명상하기에 그만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갑사로 가는 큰 길에 비하면 여기는 갑사의 또 다른 오솔길이다.

길 아래도 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잠시 앉아 빠르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너무 평화롭게 느껴진다. 또한 너무 조용하다보니 작은 물소리도 크게 들려 물소리에 주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개울의 물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고, 수줍게 불그스름한 얼굴로 고개를 하나둘 떨어뜨리며 산사의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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