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SK, 경영권 쟁탈전 다시 불붙나

내년 3월 정기주총 앞두고 소버린, 최 회장 이사자격 문제제기

등록 2004.10.25 16:48수정 2004.10.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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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워커일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던 SK(주)의 42차 정기 주주총회 모습. 이날 관심을 모았던 소버린자산운용과 SK(주)의 경영권 쟁탈전 표대결은 SK(주)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3월 12일 워커일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던 SK(주)의 42차 정기 주주총회 모습. 이날 관심을 모았던 소버린자산운용과 SK(주)의 경영권 쟁탈전 표대결은 SK(주)의 승리로 끝났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지난해 SK(주)와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패한 뒤 침묵을 지켜왔던 소버린자산운용이 최태원 SK(주) 회장의 이사자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소버린은 25일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소버린 측은 이날 임시주총 소집 배경에 대해 SK(주)의 정관을 개정해 더욱 강화된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버린측은 임시주총소집 요구서를 통해 "이번 임시주총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형사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의 경우 형의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금고 이상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직을 상실케 하는 이사자격에 관한 정관을 새로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고이상 형 받으면 이사직 상실케 해야... 주주 보호 위한 것

이는 임시주총 소집이 최태원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올 3월 정기 주총 이후 7개월만에 또 한차례의 경영권 쟁탈전을 예고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작년 분식회계와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소버린측은 "투명성 제고와 책임경영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SK(주) 이사회의 공적인 다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을 발목잡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SK(주)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는 경영진의 윤리성과 능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대한 범죄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로 하여금 상장기업을 경영하고 공공의 자금을 관리토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 주주들이 곰곰이 자문해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주총 소집은 발행주식수의 3%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가 이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 이사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주는 법원의 허기를 얻어 직접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그러나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소버린의 요구가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관개정은 총 발행 주식의 3분의 1이상 참석과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양측간 경영권 쟁탈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소버린 측은 50%의 지지조차 얻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정관개정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임시주총 특별결의 통한 정관 변경은 거의 불가능, 그렇다면 왜?

SK측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잘 진행되고 있고 수익도 괜찮은 상황에서 소버린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버린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장에서는 경영권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원증권은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의 이사자격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한 것은 소버린의 단독결정이라기 보다는 템플턴과 캐피털, 웰링턴 등 다른 외국계 투자가들과의 암묵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 이번 요구는 경영권 교체의도를 가시화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소버린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에서 패한 뒤 "오늘의 결과와 상관없이 주주에게 보장된 권리를 통해 SK(주)의 주주 이익을 위해 개혁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내년 주총을 기약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현재 SK(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1%에 달하고 이중 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이 14.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이 같은 외국계 투자가들과의 연계 등 주총 특별결의를 만족시킬만한 우호지분 확보 가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외국계 투자가들 합종연횡에 회의적인 시각도... 다른 목적 있을 것

특히 소버린의 목표가 정말 최태원 회장의 재선임을 막기위한 것이라면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 사항인 정관 변경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같은 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아야한다.

이혁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사 재선임은 주총에서 일반결의 사항이므로 소버린이 우호세력을 확보했다면 차라리 조용히 있다가 내년 3월 주총에서 최 회장의 재선임을 막는 것이 절차상 더 쉬웠을 것"이라며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것은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은지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버린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주가부양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SK의 지분경쟁 가능성을 환기시켜 주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캐피털 그룹, 웰링턴 등은 모두 소버린과 성격이 다른 펀드들이라 연계 가능성이 작다"며 "소버린은 이번 요구를 통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SK경영진의 우호지분 확보에 대한 불안심리를 이용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반대 급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 회장의 이사자격 건은 지난 3월 주총 때 표대결로 이미 정리가 된 문제"라며 "새로운 부정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번 제기됐던 문제를 재탕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을 직접 겨냥한 소버린의 이번 임시주총 소집 요구는 그 결과야 어떻게 되든 내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재현될 경영권 다툼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여 소버린과 SK(주)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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